
김현미 국토부 장관(왼쪽)이 8.4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국민들 생활과 밀접한 주택 및 토지 정책, 교통정책 총괄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서울 마포구, 노원구, 강남구, 경기 과천시에 이어 서울 양천구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어 해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주택 및 물류 정책을 집행하면서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해당 지자체와 전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책을 발표하는 ‘불통부 전형’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8.4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마포구는 물론 노원구, 강남구, 경기도 과천시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특히 마포구는 집권여당 소속인 유동균 구청장이 이례적으로 ‘8일간 단식’을 하는 갈등을 빚었다. 유 구청장은 국토부가 마포구 상암동 일대 가구 주택 건설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구청사 앞에 '임시 구청장실'을 설치, 주민들과 함께 단식 농성을 단행했다. 농성 해제 후에는 3일간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를 질 정도였다.
유 구청장은 지난 8월17일 단식을 마치면서 “지역특성에 맞는 ‘상암동 지역 종합계획’ 수립을 위해 국토부와 서울시, 마포구,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 충분한 논의를 통해 최적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과천 정부청사 유휴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발표도 해당 지자체로부터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왼쪽 두번째)가 정청래 지역 국회의원 등이 함께 한 가운데 단식 농성 해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강남구는 지난달 2일 정부의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포함된 삼성동 일대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을 통한 3000가구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철회해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
국토부는 8.4 대책 발표에서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 3만1543만㎡를 준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개발하는 종상향을 통해 공공주택 3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앞서 서울시가 수립한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에서는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동주택 건립을 불허하고 있다”며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에서 제시한 MICE 산업 경쟁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도 원안대로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016년 해당 부지에 국제업무와 MICE, 스포츠, 문화엔터테인먼트 등 4대 핵심기능을 유치해 서울 핵심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 공공 및 민간주도로 추진 중인 현대차 신사옥(GBC) 건립과 영동대로 복합개발, 잠실 MICE 산업단지 조성 사업에는 총 20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강남구는 이런 서울시 사전 계획이 있음에도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주택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양천구는 지난 6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신정차량기지 내 공유형 물류센터 설치 계획에 관련,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4일 열린 제114회 현안조정회의에서 '생활물류 발전방안'을 발표, 서울지역 도시철도 차량기지 내 유휴 부지에 택배업체 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유형 물류센터를 설치,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국토부의 계획에 따르면 올 해 지축기지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신정, 도봉, 모란, 천왕, 수서, 방화, 신내, 고덕, 군자 총 10개소의 물류센터를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양천구는 신정3동 서부트럭터미널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과 중복투자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대했다. 즉 서부트럭터미널은 약 52만㎡ 규모로 조성돼 향후 서울 서남권 물류거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돼 신정차량기지 내 4000㎡는 규모면에서 의미를 찾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양천구는 물류단지 중복적 투자를 철회할 것을 촉구,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을 통해 도심 물류 인프라 구축에 적극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양천구는 오랜 기간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신정차량기지 이전을 추진 중이며, 서울시는 이를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을 현재 시행중이에 있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국토부가 차량기지에 물류기지를 조성하겠다면서 현실 파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정차량기지도 포함시켰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국토부의 일방적인 신정차량기지 물류센터 조성 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국토부는 중요한 정책을 발표하기 전 해당 지자체와 사전 논의도 없이 불쑥 내놓은 ‘불통부처의 전형’을 보이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특히 국토부는 관련 정책을 만들면서 서울시는 물론 지자체와 전혀 사전 논의를 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화된 듯하다”며 “이런 행정 행태는 하루속히 고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 관계자는 “감사원은 이런 잘못된 행정을 고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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