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0.10.04 09:30

'갈수록 로또' 불공정 논란 속 청약제도…"손볼 때 됐다"

자료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주요 지역 아파트 청약 당첨이 수억원 시세차익을 보장하면서 시장 과열 양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청약 기준에 대한 불공정 논란 역시 커지고 있다. 기존 틀은 놔둔채 땜질식 수정을 가하다 보니 청약 시장 진입 기회조차 놓친 이들이 기존 시장의 가격을 올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또다른 보완책을 내는 식으로 흘러가 시장 전반에 왜곡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시장이 주춤할 때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최근 이슈가 된 30대 '패닉바잉'의 원인 중 하나로 3년 전 개편된 청약시장 가점제 개편을 꼽았다. 정부는 2017년 8·2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의 청약 가점제 적용을 확대했다. 특히 서울 등이 포함된 투기과열지구 민영주택 청약에선 전용면적 85㎡ 이하는 모두 가점제로 바뀌었다. 무주택자를 우선으로 두겠단 계산이었는데,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기간(32점)뿐만 아니라 부양가족수(35점), 청약저축 가입기간(17점)을 점수화해 총점이 높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무주택일뿐만 아니라 청약저축 가입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 수가 많은 4050 이상 가정이 유리한 방식이다. 종전엔 가점제 75%, 추첨제 25%로 부양가족, 청약점수 가입 기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30대와 1주택 갈아타기 수요 등이 청약 당첨을 기대한 채 기존 주택 매수를 미룰 수 있었으나 기회 자체를 박탈 당한 것이다. 분양 물량의 대다수가 85㎡ 이하로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이들은 분양 시장에서 내집마련의 기회를 찾기 힘들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집값은 계속 올랐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등기 데이터 활용 부동산 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근 3년간(2017년 5월~2020년 5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 다세대, 연립, 오피스텔, 기타상업용)의 1㎡당 거래가격은 약 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 실거래가격지수는 45.5% 올랐다. 실거래평균가격(39.1%), 실거래중위가격(38.7%), 매매가격지수(14.2%)도 모두 상승했다. 집값은 치솟고 청약 기회는 박탈 당하자 조급해진 이들은 기존 주택을 사들였다. 서울의 30대 인구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5.3%에서 하반기 29.8%, 올 상반기 31.1%로 증가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30대를 중심으로 미래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이 확대되면서 미래 수요가 현재로 앞당겨지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2030 청년 및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신혼희망주택, 신혼부부특별공급 등을 통해 이 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이는 사회 배려가 필요한 특정 계층 등에 집중 공급하는 것이어서 앞서 민영주택 일반분양에서 배제된 30대 맞벌이 등 주택 수요에는 해당되지 않는 물량이다.
정부에선 이들 '특별한 공급'에 대한 기준 완화를 수차례 진행했으나 여전히 소득기준 등 요건은 제한적이어서 맞벌이 기준으론 당첨이 쉽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 7·10대책을 통해 분양가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요건 완화를 발표했으나 우선 공급 물량(75%)은 여전히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100%(맞벌이 120%)이며 나머지 일반 공급 25% 중에서도 생애최초 구입에 한해 기준을 130%(140%)로 완화했다. 이들은 1순위 탈락자들과 함께 경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여전히 '신혼부부 일반'이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평가다. 국토교통부는 소득기준 추가완화 가능성도 시사했으나 '특별공급의 일반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역시 존재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주거복지 차원에선 소득 등에서 좀 더 혜택을 받아야 하는 계층에 선순위 혜택이 돌아가는 게 맞으므로 이처럼 특별공급을 점차적으로 일반화해가는 상황 역시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5060세대와 서울 외곽 다세대 1주택자 등의 불만 역시 커지고 있다. '2030 신혼부부' 등을 위한 특별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이들이 넣을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다. 정부가 7·10대책을 통해 발표한 특별공급안을 보면, 국민주택에서 일반공급은 전체 물량의 15% 밖에 되지 않는다. 민영주택에서도 그 비율이 점차 줄어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민영주택은 42%, 민간택지분은 50%로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십수년 가점제를 바라보고 겨우 당첨권에 접어들었지만, 일반공급의 문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땜질식 보완에 그치지 않고 문제 상황 전반을 검토해 개선하는 방향으로 청약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봤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순위 청약통장이 1000만개가 넘는 상황에서 1순위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 청약에 당첨된 바 있는 이는 후순위로 하는 방안 등 청약제도 전반의 수정을 논할 때가 됐다.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계속해서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또청약' 시세차익을 당첨인에게 몰아주는 현 상황 역시 정부의 정책기조, 사회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당첨자 전매제한을 실수요자 만이 가능하도록 크게 강화하거나 인기지역의 경우 채권입찰제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라는 인식을 심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역시 "현재 정부의 청약 정책은 되는 층과 안되는 층을 양분화하면서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무주택 청약자를 세대별로 경쟁토록 하는 등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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