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춘희 기자] 정부가 8일 수도권 공공분양주택에 대한 사전청약 계획을 확정ㆍ발표하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저렴한 가격에 내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들의 청약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1년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6만가구의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만큼 3040세대의 '패닉바잉'(공포 매수)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전청약은 기본적으로 무주택, 해당지역 거주요건 등을 갖춰야 할 수 있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신혼부부ㆍ생애최초ㆍ다자녀 특별공급 물량을 노려볼 수도 있다.
사전청약 때 추정분양가 제공…실제 분양가와 차이날 수도 사전청약 공고는 내년부터 각 지역 아파트 단지별로 순차 진행된다. 사전청약 때는 입지조건, 주택규모(면적), 세대수, 추정 분양가격, 개략설계도 등 기본적인 주택정보와 본청약 시기, 입주예정월 등의 일정만 제공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실제 분양가는 본청약 때 확정된다. 집값 상승률에 따라 추정 분양가와 실제 분양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정부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도록 추계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전청약 자격은 일반 본청약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무주택 세대 구성원이어야 하고, 입주자저축가입 및 해당지역거주 요건도 갖춰야 한다. 특별공급은 신혼부부, 생애최초, 다자녀, 노부모부양 등으로 구성되는데, 신혼부부는 혼인기간 7년 이내, 예비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가족 중에서 소득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세대구성원 모두 과거 주택소유사실이 없어야 한다.
소득 등 자격요건, 사전청약 때만 충족하면 돼 사전청약은 입주자모집공고 시점을 기준으로 소득ㆍ자산 등의 자격요건을 심사한다. 즉 사전청약에서 당첨된 이후 요건을 벗어나도 관계가 없다. 예컨대 사전청약 이후 본청약까지 통상 1∼2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소득이 늘어나 기준을 초과하거나 혼인기간이 7년을 넘겨 신혼부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된다.
관심을 모았던 우선공급 의무거주요건은 그대로 적용된다. 청약 신청자는 수도권 등 해당지역에 거주 중이어야 사전청약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만 본청약 시점까지만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
투기과열지구는 2년 거주, 조정대상지역은 최대 1년 거주가 요건이다. 3기 신도시가 몰린 경기도의 경우 해당 시ㆍ군 최소 1년 이상 거주자에게 30%, 경기도 최소 6개월 이상 거주자에게 20%, 수도권 거주자에게 50%를 공급한다.
사전청약 당첨 이후 일반청약에 신청해 당첨되거나 주택을 구입할 수도 있지만 그럼 사전청약으로 당첨된 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 본청약 때 최종 입주여부가 확정되면 재당첨 제한을 적용 받으며,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다.

수요자들 원하는 '중형 아파트' 물량 최대 50% 포함 이번 사전청약에서 눈에 띄는 것은 3~4인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중형주택이 최대 절반 가까이 공급된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공공분양 단지에서 전용 60∼85㎡ 규모 주택 비율을 30~5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법규상 공공분양 단지에서 60∼85㎡ 비율은 15%를 넘기지 못하게 돼 있지만 이를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전청약 물량에도 중형 주택이 상당수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는 이와함께 기존 평면 대비 수납공간을 1.8배까지 넓히고 다용도 알파룸 등 입주자의 라이프 사이클을 적극 반영하는 평면을개발하는 한편, 4베이 구조를 적용하는 등 차별화된 주택 설계를 유도할 방침이다.

패닉바잉 수요 분산시키겠지만 전세 불안 우려 전문가들은 사전청약이 무주택자들의 주거불안을 낮춰 매매시장의 수요분산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청약대기 수요 증가와 거주요건 부여 탓에 수도권 전세시장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사전청약 당첨자를 중심으로 '조기 내 집 보유효과'가 나타나 주택시장 안정에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전청약으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3만가구면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수의 약 3배 정도인데 이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등 청약 전 무주택자격 유지를 위해 가뜩이나 불안한 임대차 시장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근 임대차법 시행으로 수도권의 전세가격이 치솟고 있는데 청약대기 수요까지 몰리면 전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기 신도시 분양을 노리는 무주택자가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전ㆍ월세 가격의 꾸준한 오름세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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