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4.30 08:22

"은행·카드 대출로 '빚투'한 20대, 연체액 증가 속도 최고"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송승섭 기자] "20대 중반에 주식 중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부모님의 도움으로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어요. 착실히 갚다가 직장에 들어갔지요. 그러다 코인과 주식의 유혹에 견디지 못한 게 패착이었어요. 작년 초부터 대출의 늪에 다시 빠져버렸습니다"
29살 서지민(가명)씨가 투자를 하겠다며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지방은행을 돌며 총 6군데서 대출 받은 총금액은 7689만원이다. 은행별로 연 6.3~16.4%에 달하는 금리 조건으로 돈을 빌렸다. 서씨의 월급이 280만원인데, 한 달 원리금 상환만 277만원에 이르자 이젠 프리워크아웃을 기웃거리는 중이다. 서씨는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회사도 위태로워져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기"라고 불안해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황소희(가명,27세)씨는 전세집을 구하려 대출을 알아보다가 본인의 신용점수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나이스는 789점, KCB는 무려 617점까지 떨어져있었다. 황씨는 "원래 둘다 900점대였는데 6개월 동안 장기카드대출을 쓴 게 원인"이라며 "70% 정도는 투자한 것을 철수하면 갚을수 있지만 당장 손해를 보고 있어서 뺄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쩔쩔맸다. 요즘같은 고금리 시대에 신용점수가 떨어진 상태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면 이자 부담까지 불어날 게 뻔하다. 황씨는 "당장 살 곳이 필요하니 돈은 빌려야 하고, 그 다음에는 카드대출연체를 막는 게 관건인데 막막하다"고했다.


20대 경제능력 악화는 국가 위협요인
30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이 윤창현 국민의 힘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세대별 다중채무자(세 곳이상 금융기관에 돈을 빌린 사람) 숫자’에 따르면 2019년 말 대비 2021년 말 20대는 21.0%(30만2582만명→36만6369만명) 증가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증가폭과 증가율은 압도적이다. 30대는 1.0%(99만9291명→98만9142명) 늘었고, 40대는 -0.2%(138만9407명→138억5908명)로 줄었다.
20대는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이 소득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20대 다중채무자가 신용불량자로 이어질 가능성은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20대 경제능력 악화는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이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 상임위원인 윤 의원은 "‘영끌’과 ‘빚투’에 뛰어든 20대에 대한 부채의 역습이 시작된 셈"이라며 "금리인상기에 대비해 청년 맞춤형 채무재조정 방안 등 리스크 관리방안이 선제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주가가 급락하며 20대들이 빚을 내 주식과 코인시장에 달려들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자 시장은 더 과열됐다. 거품은 오래가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꺼지며 20대도 절망했다.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들의 빚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20대 신용불량자 늘어날 것으로 예상


20대들은 카드대출 사정도 다른 연령층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됐다. 1금융권에서 대출한도를 채워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게 된 청년들은 제2금융에까지 손을 벌려 결국 갚지 못할 지경까지 이른 20대들이 늘어났다.
‘연령별 카드대출 연체액 추이’를 보면 지난 2년동안(2019년 12월 대비 2021년 12월) 20대의 카드대출 연체액은 266억원에서 373억원으로 40.11%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돈벌이를 하지 못하거나 빚내서 투자했던 청년들이 손실을 보면서 20대 금융취약층이 양산됐다. 반면 30대(-6.54%), 40대(-14.9%), 50대(-11.46%)의 연체액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카드대출 연체액이 증가하면서 20대가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 역시 높아졌다. 연령별 카드대출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 추이를 봐도 20대만 25.88%(268억원→337억원)으로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다른 연령층은 감소세를 그렸다.
20대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늘리는 행태도 뚜렷이 나타났다. 증권사의 ‘연령대별 신용거래융자’를 보면 20대 대출액이 172%(4조5241억원→12조3060억원) 늘었다. 20대의 예탁증권담보융자 역시 55.26%(5545억원→8610억원) 뛰었다.
카드·증권사 같은 2금융권 대출은 1금융권보다 원래 금리가 높다. 금리상승기까지 겹쳐 신용도가 낮은 20대들에겐 불어나는 이자가 치명적이다. 상환능력이 떨어지면 사회에 첫 발을 떼기도 전에 신용불량자 꼬리표부터 달아야 할 처지가 되기때문이다.
빚더미에서 구제할 방법은
빚더미에 눌린 20대들을 구제할 방법은 있을까.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빚을 지게 된 원인이 ‘생계악화형’ ‘투자실패형’ 으로 나뉘는 만큼, 해결책도 양쪽으로 내놓아야 했다. 하나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 이후 청년층 부채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는 "20대들의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선 번 돈에 비례해 빌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규제로 대출 문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은행들도 대출이 원래 용도와 다르게 위험자산에 투자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결국 청년 일자리가 답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첫 사회 시작을 빚쟁이로 시작하면 30,40대가 되어서도 정상적인 금융생활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생긴다"며 "경기가 좋아져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공급되는 게 20대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