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이해영 정책이사가 12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으로 심부전 환자 진료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심부전학회 이해영 정책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심부전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제도적으로 대학병원들이 심부전 환자를 입원 치료하면 직접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시행해 보고 안 되면 그 때 고치겠다는 식의 행정 편의주의적 정책이 아니라 제발 의학에 근거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최근 대학병원들의 중증환자 위주 진료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입원환자 중 중증질환자의 비율을 7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병원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이 비율을 맞춰야 한다.
문제는 심부전이 현재 전문질환군이 아닌 일반질환군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통상 심장내과(순환기내과)는 병원의 입원환자 중 중증질환자 비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대표적인 과다.
그 중에서도 심부전증은 모든 심장질환의 마지막 합병증으로 심장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상급종합병원 심장내과 입원환자 중 35%를 차지하는 심부전은 전문질환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부전은 1차의료기관에서 청구건수가 많고, 수술이나 시술이 아닌 약제 치료 질환이란 이유로 일반진료 질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이사는 “1차 의료기관에서 심초음파, 피검사 등을 시행할 때 삭감이 되지 않으려 심부전 질병 코드를 넣는 경우가 많은 영향이 크다”며 “심부전은 심근경색 등에 비해서도 사망률이 2배 이상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간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선 병원들이 심부전 환자를 입원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이사는 이처럼 대학병원들이 심부전 입원환자 받기를 꺼릴 경우 치료 전문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부전의 약제 치료는 다약제 병용, 환자 특성별 맞춤 전략, 신기능 및 혈압 관리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에 많은 상급병원에서조차 권고된 표준 치료 이행률이 50%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 이사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의 전문질환군에 심부전이 포함되지 않는 건 환자 진료에 큰 위협이 된다”며 “복지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지금도 심장의 경우 전문질환군이 많아서 심장 질환을 하나 더 포함시키면 다른 과의 요청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학회는 이날 국내 심부전 환자의 역학 및 치료 현황을 종합한 ‘심부전 패트시트 2025’도 공개했다. 학회가 팩트시트를 낸 건 지난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유병률∙발생률∙사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02년 0.77%였던 유병률은 2023년 3.41%로 증가했다. 이에 환자 수는 2023년 기준 175만여 명에 달한다. 심부전 발생률도 2003년 인구 10만 명당 481명에서 753명으로 1.56배 늘었다. 사망률 역시 크게 뛰었다. 2002년 인구 10만 명당 3.1명이던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은 2023년 19.6명으로 20여 년 만에 6.3배 증가했다.
반면 동반질환과 입원율은 증가하고 생존율은 여전히 낮은 실정이다. 학회에 따르면 치료 성적이 개선되면서 환자 생존율은 일정 정도 향상됐지만, 5년 생존율은 79%, 10년 생존율 여전히 66%에 불과하다.
심부전학회 이찬주 팩트시트위원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은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로 접어들면서 심부전 환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치료 성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심부전은 여전히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충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