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9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을 놓고 건설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대거 이뤄졌던 조직개편과 기술개발 등의 성과가 점차 나타나는 모습이다.
25일 한국리모델링협회·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리모델링시장 발주금액(액수)은 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 1조3000억원, 2021년 9조1000억원 수준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그간 리모델링시장은 중견건설사의 주요 먹거리로 간주됐으나 최근 들어 대형 업체도 ‘미래먹거리’로 낙점찍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덜 까다로운 편이다. ‘전면 철거 후 증축’하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남긴 채 철거 후 증축’하는 방식의 도시정비사업이다. 연한 기준이 재건축(준공 후 30년) 대비 15년으로 짧다. 안전등급 요건도 D등급을 받아야 하는 재건축과 달리 B등급(수직증축)~C등급(수평증축)만 받으면 된다. 조합 설립 동의율도 상대적으로 낮고, 기부채납이나 초과이익환수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새 정부 또한 리모델링 규제 완화를 예고한 상황이라 기대감을 더욱 키운다.
사업 대상지도 급증하고 있다. ‘2025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재정비’ 계획을 보면 서울 시내 4217개 단지 중 재건축 예상은 878개,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 898개, 맞춤형 리모델링 2198개, 일반적 유지관리 243개 단지로 분석된다. 이 중 준공 이후 15년 이상 지나 리모델링이 예상되는 공동주택 단지는 3096개로, 전체의 73.4%에 달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조합설립이 급증하는 등 아파트가 리모델링시장의 핵심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주말엔 업체 간 희비가 다소 엇갈렸다. 롯데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랜드마크사업단)은 리모델링 사업으로는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인 서울 광진구 선사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지난 23일 수주했다. 약 6만8996㎡ 부지, 지하 3층~지상 28층 2938가구의 대단지는 수평증축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지하 5층~지상 29층의 공동주택 16개동 3328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반면 광주 붕괴사고 여파로 재건축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은 리모델링시장에서도 타격을 입었다. 서울 광진구 광장상록타워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23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고 현산과 체결했던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산이 리모델링 사업에서 시공권을 잃은 첫 사례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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