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화천연가스(LNG) 전력구입비가 폭등한 배경에는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전 세계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이 줄어든 탓이 크다.전기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물가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도 제한하고 있어 한전의 경영 위기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탈원전 부채, 원자재 상승 부메랑25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LNG 수입 가격은 t당 1013.35달러로 지난달 대비 20.08%포인트 올랐다. 한전의 LNG 전력구입 단가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오르면서 지난달에만 역대 최대 금액인 3조5617억원을 투입했다.
원자재 가격 폭등은 LNG를 비롯해 석탄(유연탄), 유류 전력구입비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올 1분기 석탄(유연탄) 구입비는 총 6조8145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8990억원) 대비 74.7%, 유류는 57.7% 상승했다. 기저 전원인 화력발전(LNG·석탄·유류)의 원자재 값 상승으로 한전은 지난 2월 기준 총 전력 구입에 7조5836억원을 쏟아부어 판매 수익 5조4767억원을 기록하며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
원전 발전량을 늘려 전력 추가 구입 비용만 줄여도 지난해 한전의 부채 68.5조원 중 약 70%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석탄 발전을 늘리기도 어렵다. 오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생산 탈탄소화 정책으로 석탄 발전을 매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LNG 대신 연료구입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 전력을 구입했더라면 최소 5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기준 석탄(유연탄) 전력구입단가는 146.26원으로 LNG 구입단가(224.03원)의 65.2%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한전 부채 돌려막기도 한계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이 결국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해 한전의 경영 적자를 추후 대규모 세금 등을 투입해 보전하는 방안으로 사실상 방치하고 있지만, 한전의 지난해 전체 차입금 규모가 이미 75조원에 이르면서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전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 규모만 약 9조3000억원에 달하고 이 같은 경영 적자를 지속할 경우 6년 뒤에는 차입금 규모가 21조7000억원으로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금융업계는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 한전, 발전공기업 6곳 등은 규칙개정위원회를 통해 ‘전력거래대금 결제일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한전이 발전공기업 6곳에 전력거래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차후 대금을 한번에 지급할 수 있도록 지급을 한 차례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전의 부채 규모가 악화해 단기간 경영 적자를 해결하기 어려워 내린 고육지책인 셈이다.
정부 정책 리스크에 따른 한전 실적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는 방안밖에 남아 있지 않다. 다만 한전은 이를 위해 1kwh당 약 30원 이상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내다봤지만 사실상 단기간에 해결하기에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전은 이달 전기요금을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6.9원 인상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총괄원가를 산정해 적자 규모를 상쇄할 만큼 기준연료비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공기업이) 공공요금 안정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방만한 운영을 통해 다른 가격 인상 요인을 누적시키고 나서 때가 되니까 가격을 올리겠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접근해선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전이 경영 적자를 탈피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는 원전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가동 가능한 원전을 재개하는 등 원안위의 안전성 판단 등 행정적 재량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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