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큰 형님에게만 생전 증여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유류분 소멸시효는 최대 10년이라고 하던데 15년 전에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물려준 재산을 대상으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할 수 있나요?”
부모가 생전 물려준 재산을 두고 고민하는 유류분 권리자들이 많다. 아버지가 사망하기 불과 몇 년 전에 물려준 재산과 달리 수십 년 전에 물려준 재산은 상속자가 유류분 소멸시효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유류분 소멸시효는 부모가 생존해 있는 기간에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라며 “수십 년이 지난 생전 증여라도 부모가 사망한 지 1년 이내라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즉 수십 년 전에 물려준 재산이라도 부모가 생존해 있던 기간이라면 유류분 소멸시효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유류분 권리는 부모가 사망하는 시점에 생기기 때문이다. 살아계실 때는 유류분 권리 자체가 없다.

유류분제도란 법이 정한 최소 상속금액을 말한다. 형제가 두 명만 있는 경우 원래 받을 상속금액의 절반이 유류분이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총 2억원일 때 상속금액은 각각 1억원씩이고 유류분 계산으로는 그 절반인 5000만원씩이다.
유류분청구소송은 돌아가신 분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민법 제1117(소멸시효)에는 ‘반환의 청구권은 유류분 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안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해 소멸한다.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 한 때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 개시는 부모 사망시점… 1년 내 유류분반환청구소송 제기 가능유류분 소멸시효는 재산을 물려줄 사람의 사망시점이 중요하다. 엄 변호사는 “상속의 개시는 부모가 사망한 시점을 뜻한다”라며 “상속이 개시돼야만 상속권과 유류분권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전 증여 시점과 관계없이 상속 개시일로부터 1년 내에만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만약 15년 전에 물려준 재산을 부모 사망 후 1년 뒤에 알았다면 어떨까. 엄 변호사는 “유류분 소멸시효는 부모가 사망한 지 1년이 지났더라도 유류분권자가 뒤늦게 생전 증여 사실에 대해 알았다면 10년 내에서 다시 1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발생한다”며 “이때도 15년 전 증여 시점과 관계없이 부모의 사망 시점이 기준이 되어 유류분청구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모의 사망 시점이 아닌 과거의 증여 시점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 엄 변호사는 “1순위 상속인이 아닌 대상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제3자 증여일 경우(아버지가 자선단체에 기부한 경우) 증여 시점이 중요하다”며 “제3자 증여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1년 내 이뤄진 사실에 대해서만 유류분반환청구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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