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이달 서울에서 2000만원 대 월세 계약이 3건 성사됐다. 초고가 아파트 단지의 동일 면적 매물 월세 가격이 최고치를 찍고 있다.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임차인과 임대인의 수요와 공급이 맞물린 결과다. 이 같은 전세의 월세화가 서울 아파트의 월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전용면적 241.93㎡)는 보증금 4억원에 월세 2600만원으로 임대차 거래됐다. 갤러리아포레가 준공된 2011년 이후 동일 면적에서 2000만원대 월세가 거래된 것은 처음이다.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서도 2000만원대 월세 계약이 2건 이루어졌다. 전용면적 159.603㎡와 164.856㎡는 각각 보증금 10억원, 5억원에 월세 2000만원으로 거래됐다. 올해 1월 이 단지의 전용면적 159.603㎡은 보증금 8억원, 월세 2000만원에 계약됐다. 이를 전세가로 환산하면 3개월만에 약 2억원이 상승한 셈이다. 성수동 단지 외에도 초고가 아파트 월세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156.857㎡)는 보증금 3억원, 월세 14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에는 강남구 청담동 PH129(273.96㎡)가 보증금 4억원, 월세 4000만원에 거래돼 역대급 월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월세 상승 기류는 비단 초고가 아파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1.9로 2019년 5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형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3월 KB아파트 월세지수 또한 101.2로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하며 2019년 11월 이후로 계속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월세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전체적인 임대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전세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보증부 월세 가격 역시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자 집을 사기 어려워진 수요자들이 대신 임대로 방향을 튼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강해질수록 이 같은 월세 가격 상승 추세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기존 전세 물건을 월세로 전환하려는 흐름이 있고, 여기에 목돈이 부족한 세입자의 월세 선호 현상도 월세 가격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매가가 높아지면 임대 수요가 느는데, 전세가조차 비싸져 차라리 높은 월세를 감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늘게 된 것"이라고 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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