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4.15 11:42

다시 돌아온 기재부 전성시대…'슈퍼 기재부' 시즌2 우려에 관가 술렁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와 핵심 내각 요직에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들이 대거 중용되면서 '기재부 전성시대'가 열렸다. 초대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뿐 아니라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까지 모두 기재부 출신이 발탁되면서 경제 드림팀이 떴다는 기대와 함께 이미 막강 파워를 갖춘 기재부의 입김이 차기 정부에선 더욱 강해질 것이란 관측에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해 공룡부처로 거듭났던 YS(김영삼 정부) 시절의 '슈퍼 기재부' 시즌 2의 재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5일 관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내정한 데 이어 금융위원장에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최상목 전 기재부 제1차관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기재부 출신의 정통 경제관료란 점이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와 김대기 비서실장 후보자는 기재부 전신인 경제기획원·기획예산처 출신이고,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 역시 총무처로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 1차관을 지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여기에 최 전 차관까지 금융위원장에 내정되면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에 이어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까지 모두 기재부 관료 출신이 꿰차게 된다.
역대 정부의 초대 내각을 살펴보면 보수정권에서조차 지금처럼 기재부 출신들이 청와대, 내각의 요직을 두루 차지한 적은 없었다. 현 문재인 정부는 초대 내각에서 정치인 출신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 기재부 관료 출신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정치인 출신의 임종석 비서실장을 임명했다. 기재부 위상이 하늘을 찌르던 박근혜 정부는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에 기재부 출신인 현오석 부총리, 신제윤 위원장을 앉혔고 검찰 출신인 정홍원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전신인 내무부 관료 출신인 허태열 비서실장을 선임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모피아(경제·금융 관료 출신 인사) 전성시대였다는 평가가 있지만 정부 출범시 첫 국무총리, 기재부 장관, 금융위원장, 비서실장 중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기재부 관료 출신은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이 유일했다. 심지어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은 민간 출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이 같은 정통 경제관료 중용을 놓고 관가 안팎에선 경제를 최우선으로 놓고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경제관료로 꾸린 원팀이 거시적이고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리면 이를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 정책을 강화해 거대 야당에 맞서겠다는 의도도 있다. 기재부가 정치권의 무리한 포퓰리즘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부처로 꼽히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만 하더라도 올초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놓고 여야의 증액 요구에 맞선 바 있다. 이는 다른 부처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부처 맏형 격인 기재부가 향후 정책 수립, 인사에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고, 기재부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YS 시절 당시의 재정경제원을 떠올리기도 한다. 앞서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한 재정경제원을 출범시킴으로써 기재부는 예산, 세제, 금융 업무를 모두 담당하는 공룡부처로 거듭났다. 그러나 부처가 비대화 되면서 정책 집행 효율성이 떨어지고, 급변하는 국제금융 동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끝내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금의 기재부는 금융을 떼어 내고 예산, 세제만 담당하고 있지만 차기 정부에서 핵심 보직을 두루 꿰차면서 YS 시절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윤 당선인이 경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약한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재부 출신 관료에게 경제를 맡기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러나 이렇게 엘리트 관료 그것도 특정 한 부처 인사들로만 요직을 채울 경의 기재부란 '인의 장막'에 갇히게 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통로가 차단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기재부가 각 부처 정책 조정 역할을 하면서 타 부처에 대한 그립이 점점 세지는데 앞으로 기재부 장악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향후 정책은 물론 인사에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오면서 기재부 출신 장차관들이 타 부처 장관급으로 이동한 사례 등이 재연될까 긍긍하고 있다. 기재부 출신인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기재부 전성시대 개막에 반색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총리, 부총리, 비서실장 모두 정통 관료 출신인 만큼 정치인처럼 자기 색깔을 강하게 내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경제정책 수립과정에서 팀워크가 무난하게 발휘될 걸로 예상된다. 기재부 조직 전반에도 예전보다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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