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정부가 연내 설립을 추진 중인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ㆍ이하 분석원)'이 과도한 규제·단속기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 체계에서도 불법 의심사례 중 사실확인이 어려운 거래는 100건 중 3건 정도에 불과한데, 100명 가까운 인력의 조직을 신설하고, 개인정보 조회권한까지 부여하는 것은 과잉이라는 지적이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고된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를 조사해 이상거래로 분류한 사례는 총 1705건이다. 이중 금융ㆍ납세 정보 등 추가조사를 위해 금융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등 소관기관에 통보한 거래는 절반에 못미치는 811건이었다. 이들 거래중 97%는 거래 당사자가 관련 소명자료를 제출했으며 나머지 3%만 당국의 추가조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명자료가 없어 정부가 직접 금융ㆍ납세 정보를 조사할 필요가 있는 거래는 20건 안팎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상거래 전체를 기준으로 삼으면 실제 수사가 필요한 거래 비율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상거래 의심자들이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현재로선 정부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어 처벌로 이어지기 힘든만큼 분석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특별법을 만들어 분석원을 설치하면서 금융거래ㆍ납세정보를 신속하게 조회할 수 있게 정보요청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법거래 의심자가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면 혐의를 입증하기 힘들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이득이 과태료보다 크면 소명을 거부할 유인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후 분석원에 계좌ㆍ납세정보 조회권한이 생기면 의심행위 당사자가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정부가 직접 조사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업계에선 소명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비율이 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다 현재도 정부가 국세청, 금융위 등을 통해 불법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만큼 별도 조직을 만들어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정도 규모라면 현재 운영중인 대응반 차원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국토부 대응반에 소속된 특별사법경찰은 의심사례에 대해 영장신청,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여기에 소명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30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한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해 이르면 이달말부터는 서울 전 지역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경우 반드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에 이를 통해 1차적으로 이상거래 대부분을 추려낼 수 있게 된다. 굳이 감독기구를 신설하지 않고도 불법ㆍ편법거래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불법 의심거래의 기준 자체가 모호해 자칫 일반 개인들의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부는 가격이 시세와 현저히 차이나는 거래와 과도한 현금 거래, 차입금이 큰 거래 등 의심행위만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공무원 판단에 따라 일반인의 개인정보를 무제한적으로 수집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는 "불법행위자와 자료제출 거부자 등이 소수임에도 개인의 모든 거래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구를 만든다는 건 국민들을 잠재적 위법ㆍ탈법자로 본다는 의미"라며 "정보조회 권한까지 부여하면서 명칭을 분석원으로 한 것도 국민들의 거부감을 지우기 위한 포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금융정보분석원이나 자본시장조사단도 (의심행위에 대한) 대략적인 원칙만 공개하지 구체적인 세부 기준은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며 "다만 분석원의 권한이 확대되는 것에 부정적인 의견이 큰 만큼 소명자료를 기존대로 제출받고, 내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만 관계기관에 정보를 요청하는 방향으로 제약을 두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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