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이 발표된 서울 용산구 아파트 값이 9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중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음을 시사했다.
1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용산구 아파트값은 이촌·한강로동을 중심으로 오르며 지난주 -0.01%에서 이번주 0.01%로 상승 전환했다. 용산구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나타낸 것은 지난 1월24일(0.01%) 이후 9주 만이다. 청와대가 있는 종로구도 10주 만에 하락을 멈추고 보합세를 기록했다. 부동산원은 "용산 아파트값은 이촌동과 한강로 일대 아파트 단지가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용산공원 조성 사업, 국제업무지구 개발, 서울역 일대 철도 지하화 등 정비·개발사업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강로 인근 아파트 일대에는 최근 들어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는 등 매매시장 분위기가 대선 전과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용산구 한강로2가 ‘벽산메가트리움’ 전용 84㎡는 호가가 16억원대에 형성돼 있었으나 집무실 이전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이어지면서 18억원까지 올랐다. 국방부 근처 용산구 문배동 프라임팰리스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집주인들이 최근 매물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별로 보면 도심권 내 전용면적 65㎡를 넘고 135㎡ 이하인 중형과 중대형 아파트값이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중형 면적인 전용면적 85㎡ 초과~102㎡ 이하(옛 30~40평) 아파트 가격이 이번주 0.74%포인트 급등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에 주택수를 줄이면서 짙어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중형 아파트 인기를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도심권에서 60㎡ 초과~85㎡ 이하와 102㎡ 초과~135㎡ 이하 아파트는 각각 전주 -0.02%, -0.01%에서 이번주 0.06%, 0.16%로 상승 전환했다. 40㎡ 이하의 하락률(-0.14%→-0.03%)은 줄었으나 40㎡ 초과~60㎡ 이하(-0.01%→-0.10%)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135㎡ 초과도 보합에서 -0.46%로 하락률을 키웠다.
이번주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01% 오르며 2주 연속 올랐다. 25개 자치구 중 상승세를 보인 곳은 용산구를 포함해 이들 세 지역 뿐이다. 새 정부 들어 재건축과 각종 부동산 세금 등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대표적인 곳이다. 부동산원은 "규제 완화 기대가 있는 강남권 재건축이나 일부 고가 단지는 신고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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