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 중앙은행에 루블화 결제 시스템 구축 지시
비우호국가, 가즈프롬의 지난해 수출액의 70% 차지…690억弗 규모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러시아가 유럽연합(EU) 등을 상대로 천연가스 등 에너지 판매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선언하면서, 상대국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 최대 수입국인 독일은 "계약위반"이라며 즉각 대응책 논의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자산동결 제재 등에 동참한 비우호국의 가스 판매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앙은행에 일주일 내로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러시아는 자국 경제 제재를 주도하거나 동참한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한국 등 48곳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전 계약에 따라 공급 가격과 양은 유지할 것"이라며 "바뀌는 것은 결제 통화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은 루블화 환율 방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표 이후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7% 가량 상승해 달러당 98루블선을 기록했다.
유로화 결제를 통해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은 "루블화 지불 발표는 계약 위반"이라면서 유럽 국가들과 대응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의 경제고문인 프란체스코 지아바찌는 밀라노에서 열린 블룸버그 캐피털 마켓 포럼에서 "루블화로 지불하는 것은 제지를 위한 방편이 되기에 유로화로 지불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로라 에너지 리서치의 아니스 간볼드 애널리스트는 "구매자가 원래의 계약통화(통상 유로화)로 대금을 지불할 때 가즈프롬이 가스 배송을 거부할 경우 구매자가 소송을 통해 중재를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락코 인베스트의 경제학자 드미트리 폴보이는 "비우호국가가 가즈프롬의 지난해 수출액의 70%를 차지하며, 금액으로는 약 690억달러(약 84조1662억원)에 달한다"면서 '지불절차를 바꾸려는 것은 러시아의 수출량에 일시적으로라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즈프롬이 가장 최근 발간한 채권 안내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가스 수출액의 58%가 지난해 3분기 유로화로 결제됐다. 달러화는 39% 수준이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