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24 11:45

보유세 예외 또 예외…누더기 세제, 무너진 조세원칙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김민영 기자] 정부가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등 '조세 특례'를 남발하면서 다주택자와의 형평성, 정책 예측 가능성 등 조세 원칙을 완전히 훼손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세종처럼 보유세 예외 규정을 또 다시 적용한 사례는 물론 보유세 1년 시한부 동결 조치로 납세자들은 당장 내년에는 어느 연도의 공시가가 적용될 지 알 수도 없는 깜깜이 상태에 놓였다. 새 정부 들어 보유세 제도 전면 개편과 함께 형평성, 일관성 등 무너진 조세 원칙 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주택자는 예외 수두룩, 다주택자는 세 혜택 배제=24일 조세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정책처럼 1세대 1주택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건 조세 형평성 원칙에 어긋나고,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예컨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도 1주택자는 지난해 공시가를 적용받고, 다주택자는 올해 공시가를 적용받는다. 같은 주택에 대해서 납세자의 주택 보유수에 따라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 원칙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이 개정돼도 위헌법률심판 등이 불거질 수 있는 이유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1세대 1주택자에만 제한해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건 또 다른 특혜"라며 "헌법재판소가 과거 2008년 종부세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 1세대 1주택자에만 특혜를 주고 다주택자는 혜택에서 제외하는 건 또 다른 의미에서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특정 해에만 다른 가격을 적용하고, 주택 수에 따라 다른 과세 체계를 적용하는 등 변칙적인 조세 원칙을 세우면서 세제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심각하게 무너졌다는 비판도 있다. 여기에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더 낮아진 세종시 같은 경우에는 당해연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한다는 예외의 예외를 한 번 더 두면서 예외 규정을 또 뒤집은 셈이 됐다. 향후 부동산 세제 개편 시 정부가 스스로 무너뜨린 조세 원칙의 틀을 다시 세워야 하는 부담을 차기 정부에 떠넘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세종과 같은 공시가 하락 단지의 경우 올해 공시가를 적용하는 예외를 다시 뒀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세종의 경우 종부세 과세 기준인 공시가 11억원 이상 아파트가 별로 없다"며 "조세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감행한 예외 방침으로 시장에 혼선만 줄 뿐 실질적 수혜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부동산 세금도 예측 불가=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1주택자 부담 완화를 위해 땜질식으로 보유세 한시 동결 조치를 내놓으면서 당장 내년 보유세 산정시 어느 해 공시가격을 적용할 지도 알 수 없게 됐다. 조세 정책은 일관성,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납세자로서는 기본적인 예측조차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세 부담 상한 완화 조치 없이 올해 공시가 한시 동결 조치를 내놓은 탓에 내년 보유세 납부 때 2년치 공시가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되며 세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새 정부에서 종합적인 대책이 나올 때까지 납세자들의 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번 땜질식 처방 이후 보유세 등 부동산 세금 완화 패키지를 새로 내놓을 전망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대대적인 보유세 부담 완화를 예고했다. ▲공정시장가액 비율 하향 조정을 통한 공시가격 2020년 수준 완화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율 현 정부 출범 이준 수준으로 환원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재수립 등이 대표적이다. 1주택자 중심의 보유세 경감 대책을 내놓은 정부와 달리 윤 당선인의 공약에는 다주택자를 포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세 형평성 원칙을 위해 다주택자 차별 정책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에선 주택 수에 따라 차별하는 경우도 없다. 양도세의 경우를 예로 들면 우리는 주택 수에 따라 양도세를 중과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0개국(37개 회원국과 가입 예정국) 중 26개국(65%)은 거주주택 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 교수는 "조세 정책을 변경하더라도 시행 시기를 5년 후로 정하는 등 납세자들이 예측을 하고 대비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비정상적인 부동산 체계 정상화는 물론 형평성, 일관성을 담보하는 조세 원칙 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른 조세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특정지역, 다주택자에게 부동산 세금을 과도하게 중과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데 보유 주택수에 따른 차등과세의 실질적 정책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본 후 개별 세목의 특성을 반영해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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