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서울에서 무인 과자 가게를 운영하는 A씨(48·남)는 1000원짜리 과자 봉지가 하루 20~30개씩 매일 3일 연속 사라지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CCTV를 돌려봤다가 적지 않게 당황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 3명이 매일 오후 5시께 가게에 들어와 학원 가방에 한웅큼씩 집어넣고 우유히 밖으로 나서는 모습이 담겨서였다. 한 아이는 가게 안에서 과자를 먹고 포장지를 바닥에 버리기도 했다. 분명 절도 행위이지만 소액인만큼 경찰서에 신고하기도 번거롭고, 특정 아이들이 잡히더라도 부모가 동네에서 아는 지인이었던 터라 강하게 항의하기도 쉽지 않았다. A씨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 무인점포를 시작했는데,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토로했다.
무인점포가 인건비·관리비 등을 줄일 수 있어 예비창업자들로부터 각광받고 있지만, 허술한 보안을 노린 범죄도 발생해 사회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일어난 무인점포 절도 범행은 2500여건 안팎으로 추산된다. 경찰은 무인점포 절도 사건이 늘자 지난해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하고 있다. 2019년, 2020년에는 통계 관리 전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각각 203건, 367건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5월에는 전국 무인점포 36곳에 침입해 무인 결제기를 망가뜨리는 수법으로 총 9500만원 상당의 현금을 훔진 범인이 검거되기도 했다. 범인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택시와 기차 등을 수차례 갈아탔지만 경찰의 잠복수사를 통해 검거된 후 구속됐다.피해 액수가 큰 절도 사건은 경찰의 수사를 통해 범인이 잡히기도 하지만, 실제 업주들 사이에서는 경찰에 신고하기 애매한 1000원, 1만원 단위의 소액 규모 절도 행위도 빈번하게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포 내에 사람이 없다보니 물건을 가져가면서도 결제를 하지 않거나 냅킨, 컵, 빨대 등 소모품을 대량으로 훔쳐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또 물건은 사지 않고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거나 잠을 자고 가거나 음식을 싸가지고 와서 먹고 가는 일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무인점포라 사람이 없더라도 항상 감시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시스템이 갖춰져야 범행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인점포 내에 ‘범죄 행위 시 처벌 받을 수 있다’라는 경고문구와 함께 지폐 교환기 등 현금보관 장소에 별도의 잠금장치를 해 범죄를 예방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아마존고의 경우 CCTV 카메라를 매장에 40~60개씩 달아 상시 감시를 하니 절도 등 범죄행위를 차단할 여건이 되지만 우리나라에서 작은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한 곳에 달 수 있는 감시 카메라가 몇대나 되겠나"라며 "각 상권별로 범죄 발생 가능성에 대처하는 방법을 구사해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안 문제와 함께 고령층·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노인과 장애인들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 기기를 더 다양하게 개발하고 정보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 교육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도입 초기인만큼 당분간은 ‘도우미’ 역할을 할 인력을 배치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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