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이창환 기자] 금융권에 ‘연봉 1억(億) 시대’가 개막했다. 은행·보험사 등 각 금융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데 따른 영향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 직원들의 1인 평균 급여액은 대부분 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평균 급여액이 1억1200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 중 선두를 지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에도 평균 급여액이 1억400만원에 달한 바 있다.
신한·하나은행도 평균 급여액이 각기 약 11%, 9% 늘어난 1억700만원과 1억600만원에 달해 1억원을 넘겼다. 우리은행은 9700만원으로 문턱을 넘진 못했으나 조만간 1억원대 대열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봉 1억원 시대의 배경엔 지난해 은행권의 역대급 실적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0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조8000억원 늘어난 16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대출이 늘고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이자이익이 급증한 까닭이다.
1억원대 연봉은 비단 4대 시중은행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소매부문 철수를 결정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임직원 평균 보수액이 1억2000만원에 달했다. 상호저축은행 중 선두권인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임직원 평균보수액이 8800만원에 달했다. 1억원엔 미치지 못하나 일반 시중은행 연봉과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단행한 카카오뱅크는 스톡옵션 등의 영향으로 시중은행을 한 참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임직원 보수총액은 약 1577억원으로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5300만원에 달해 전 은행권 1위를 차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DT) 및 인력효율화 노력에 더해 성과 중심의 보수체계가 영향을 줬고, 희망퇴직 규모가 컸던 은행은 퇴직금 지급분이 반영된 측면도 클 것"이라며 "올해도 예대금리차가 지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은행권의 연봉 수준도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국내 보험사들도 평균연봉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 직원들의 작년 평균 연봉(급여액)은 1억2678만원으로 전년 9893만원 대비 28% 늘었다. 특히 남성직원 평균 연봉은 1억5370만원으로 보험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현대해상의 직원 평균연봉도 1억800만원으로 전년 9000만원 대비 20% 올랐다. 메리츠화재도 직원 평균 연봉 1억187만원으로 처음으로 1억원을 넘었다.
생명보험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도 크게 뛰었다. 삼성생명이 1억1500만원으로 전년 1억700만원에 7.4% 올랐다. 미래에셋생명이 9900만원, 한화생명 9100만원으로 1억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험사 직원들의 연봉이 크게 뛴 것은 실적 개선에 따라 성과급 지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손보사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외출이 줄어 손해율이 개선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손해보험사 잠정 순이익은 4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삼성화재는 기본 연봉의 36% 가량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고 메리츠화재도 성과급이 40%에 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작년에 뛰어난 실적을 기록하면서 성과급을 많이 지급해 연봉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도 상당폭의 성과급을 포함한 급여를 수령했다. 금융지주사에선 10년만에 퇴임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4억600만원으로 연봉킹에 등극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각기 17억2600만원, 11억1200만원, 8억3900만원을 받았다.
은행 CEO 중에선 지난해 말 KB국민은행장 임기를 마친 허인 KB지주 부회장이 15억64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급여액을 보였다. 이어 권광석 우리은행장(9억4000만원), 진옥동 신한은행장(8억2500만원), 박성호 하나은행장(5억3400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보험 CEO 중에서는 작년말 임기가 끝난 최영무 삼성화재 전 대표가 급여와 상여를 포함한 근로소득 23억4600만원에 퇴직금 36억3800만원으로 총 59억8400만원을 수령하며 가장 많은 소득을 올렸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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