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중국에서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중국 청년층, 이른바 ‘지우링허우(九零后·post-90s)'의 반미성향이 중장년층과 노년층보다 강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킨 주요 원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반중 언행과 정책이 지목됐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국제정치저널이 발표한 이 같은 연구결과를 인용, "지우링허우가 기성세대보다 미국에 대해 더 부정적"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각을 악화시킨 주요 동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조사는 2020년 10월29일~11월3일, 올해 1월25일~2월2일까지 미국의 대선을 전후로 두 차례에 걸쳐 중국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연령을 구분해 실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미국이 외교 정책을 수립할 때 중국의 이익을 고려한다고 보는 경우가 이번 조사의 최고령 코호트인 1960년대 이전 출생자보다 9%, 미국이 중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경우는 5% 더 낮았다. 백악관에 대한 신뢰도도 기성세대보다 16% 더 낮게 집계됐다. 보고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사용한 표현과 정책이 미국에 대한 인식 악화에 큰 역할을 했다"면서 "또한 지난해 1월 국회의사당 폭동으로 중국 대중들은 양국관계의 상황, 세계에서의 위상 등을 재평가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수십 년 동안 중국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의 세계관과 중미 관계는 수많은 정책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조사에서 고학력자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미국과의 개인적 접촉 경험이 있는 중국인들은 미국 대통령을 신뢰하고 미국이 시민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7% 더 높게 나타났다.
대선 전 1차 조사에서 중국 응답자의 75%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판단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이 수치는 64%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보고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기존 정책을 지속함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 견해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20%만이 중국에 대해 호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서는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미국인 응답자가 76%에 달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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