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17 09:20

서방에 '디폴트 공' 넘긴 러시아…WB "제 2의 롱텀캐피털 사태 올 수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러시아가 16일 지급일이 도래한 국채 이자를 동결된 외화로 내겠다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의 공을 서방에 떠넘겼다. 서방이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을 감안한 것인데, 일각에서는 사태가 장기화 되면 1998년 러시아 파산 당시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만기가 도래한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한 1억1700만달러(약 1433억원)의 이자지급을 신청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장관은 이날 국영매체 러시아투데이(R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채권자들에 대한 의무를 이행했다"면서 "다만 외화로 지불이 가능한지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돈이 있고, 지불을 했고, 이제 공은 미국 법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뉴욕 은행 종료시간까지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채권 투자자들은 달러로 이자를 받지 못한 상태다.
러시아는 미국이 외화 지불을 차단할 경우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지불할 수 있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러나 해당 채권에는 루블 상환을 허용하는 조항이 없어 이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전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향후 30일간의 유예기간 내에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로 추가 강등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1998년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으로 공격적 레버리지 투자에 나섰던 미국의 헤지펀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가 파산했던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르멘 라인하트 세계은행(W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에 불과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에 누가 노출돼있는지 알기 어렵다"면서 "1998년 당시 LTCM 사태도 레이더에 미리 감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는 이달 21일 6563만달러, 28~31일 5억4853만달러의 만기국채 원금 및 이자 지급일이 도래하는 데 이어 다음달 4일 21억2938만달러 규모의 국채 원금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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