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16 10:52

[리테일 혁명]<하>"다이슨도 빌려드려요"…편의점의 무한확장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김민정씨(30)는 주말 친구 결혼식 참석 전 미용실 대신 편의점에 들렀다. 예전부터 써보고 싶었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를 대여하기 위해서다. ‘픽앤픽’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까운 CU 매장과 대여 시작 날짜를 선택해 10일 대여료 5만원에 스타일러를 이용했다. 김씨는 "미용실에서 드라이 한 번 한 셈 치고 빌려봤다"며 "다음엔 친구들과 홈파티를 할 때 시네빔을 빌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현재 편의점은 전국에 약 5만개. 대부분 집에서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 있는 거리, ‘슬세권’에 자리 잡고 있다. ‘주거 반경 내에서 비교적 편리하게 생필품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던 편의점 역시 ‘주문하면 몇 시간 내 대문 앞 배송’이 가능한 시대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했다. 편의점은 ‘소비 편의’를 넘어 ‘생활 편의’ 제공에 나섰다. 간단한 먹거리 판매를 넘어 은행, 주민센터, 세탁소, 우체국 등으로 역할을 키워나간 것이다.

금융 기능은 이제 편의점 내 ATM을 들여놓는 수준이 아니라, 체크카드 발급까지 가능한 수준까지 왔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하나은행과 협약을 맺고 ‘송파구 CU마천파크점’을 리뉴얼해 국내 최초 상업자 표시 편의점(PLCS)을 열었다. 이곳에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을 만들고 50여가지 은행 업무가 가능한 종합금융기기를 설치해 입출금, 통장 정리를 비롯해 계좌개설, 체크카드, 보안카드 발급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해당 매장 고객은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고, ‘들른 김에 장을 보는’ 식의 구매로 매출도 증가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KB국민은행과 손잡고 간편 결제 핀테크 시스템 ‘GS페이’를 선보여 지난달 기준 가입자 수 80만명을 넘어섰다. 신용카드를 1회 연동하면 GS25뿐만 아니라 GS리테일 온오프라인 숍에서 간편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쉬운 결제와 ‘이곳에만 있는’ 혜택으로 ‘고객 가두기’ 효과를 노린 것이다.
편의점은 주민센터 역할도 제공한다. BGF리테일은 무인복합기 서비스를 300여개 점포로 확대, 편의점에서 주민등록등본·어학성적표 등을 출력할 수 있게 했다. 이 서비스의 점포당 월 최대 이용 건수는 1만8000건에 달한다. GS리테일에서는 101개 기관의 공공요금과 세금을 수납할 수 있다. 외국인과 1인가구가 많은 지역의 이용률이 높다. 세븐일레븐은 종합 민원 문서 출력 서비스를 도입했다. ‘픽콘’ 앱을 통해 발급할 민원 문서를 선택한 후 출력 희망 점포를 고르면 정부24에서 제공하는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편의점은 e커머스에 대항해 오프라인 편의점의 강점을 살리는 한편, 온라인 전초 기지로서의 역할도 해낸다. 도심 곳곳에 위치한 지리적 강점을 이용, 주문자의 위치와 가까워 빠른 배송에 필수적인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로 기능하는 것이다. 롯데가 올 초 미니스톱을 인수한 것도 세븐일레븐과 더하면 전국에 총 1만3706개 매장을 퀵커머스를 위한 배송 기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온라인 배송에서의 지리적 강점을 살리기 위해 협업도 활발하다. BGF리테일은 요기요와 협업해 주문 배달 서비스를 확장했다. 5000여곳에서 요기요 앱을 통한 주문이 가능해지면서 이용률이 전년 대비 65.1% 신장했다. GS리테일은 전용 배달앱인 ‘우딜-주문하기’ 앱을 지난해 6월 선보였다. 현재까지 누적 주문 건수는 100만건에 달한다. 세븐일레븐의 편의점 택배 지난해 이용 건수도 전년 대비 22.2% 늘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편의점이 소비자 생활에 밀착해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강화하는 형태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동네 곳곳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의 토대 위에 권역별로 소비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접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편의점의 주 고객층인 1인가구와 핵가구를 노려 생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유용한 매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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