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차기 하나금융지주회장에 내정된 함영주 부회장의 임기가 잡음 속에 시작하게 됐다. 채용 관련 재판 1심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금융감독원이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내린 중징계 '문책경고'를 취소해달라는 소송 1심에선 패소하면서 '사법리스크'를 모두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재판 결과를 과거 펀드 사태 제재에 참고하려던 금융당국도 고심에 빠졌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함영주 부회장의 회장 선임을 추진할 예정이다. 전날 금감원 중징계 취소 요구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지만 곧바로 항소했다. 이에 따라 중징계 집행 정지 기간도 연장될 전망이다. 최종 판결 전까지는 취업 제한 제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선임에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또한 새 회장 선임 안건이 상정된 정기주주총회도 오는 25일 열리기에 새 후보를 선정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주총 전까지 무난히 채용 및 DLF 판매 관련 사법리스크를 해소할 것이라고 예상된 것과 달리 '함영주호'의 출발부터 험난한 상황이다. 향후 재판이 계속 진행되면서 잡음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회장 임기 중 최종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셈법은 복잡해진다.
이번 재판 결과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졌다. 앞서 금융위는 각종 펀드 사태 관련 금융사와 임직원 제재 수위를 놓고 소송이 잇따르자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만 의결하고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른 처분에 대해선 의결을 보류해왔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사지배구조법 위반 제재는 "유사 사건 재판 결과 법리 검토와 안건 간 비교 심의를 거쳐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유사사건은 금감원으로부터 DLF 펀드 관련 같은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 부회장 사건을 뜻한다. 손 회장은 지난해 8월 DLF 불완전 판매 관련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당시 재판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금감원이 법리를 오해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난 탓에 처분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내부통제규범 '마련' 의무는 있지만 '준수' 의무까지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함 부회장 재판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함 부회장이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에 이어 함 부회장 역시 징계 취소 소송에서 이겼다면 금융당국이 이를 감안해 제재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컸지만 결과가 엇갈리면서 복잡해진다. 금융위가 더 명확한 판단을 위해 2심 결과까지 기다린다면 각종 펀드 사태 관련 임직원 제재가 장기간 지연될 수도 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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