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15 11:24

[1mm금융톡]손보업계는 지금 안과와 전쟁중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백내장 수술 관련 불법 브로커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1000만원 이상의 과도하게 높은 백내장 수술비를 청구하면 보통 절반은 브로커가 가져간다고 하네요."
손해보험업계가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백내장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안과병원들과의 전쟁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백내장 과잉 수술이 늘면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적자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의심 병원 적발 및 신고에 적극 나선 보험사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불법 백내장 수술을 진행하는 안과병의원들을 찾아내 보건소에 고발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이달 백내장 수술 환자를 모으기 위해 과장·허위 광고를 낸 안과 병의원 55곳을 불법 의료광고, 불법 환자유인 등의 혐의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이들은 백내장 수술이 부작용 0%라고 과장 광고하거나, 백내장 수술 횟수를 허위로 기재하는 행위 등을 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은 거짓이나 과장 의료광고를 할 수 없도록 금지돼 있다. 신고받은 병원 중 25개는 관할 보건소로부터 불법 광고 삭제 및 수정 등 행정 조치를 받았고 나머지는 심사 중이다.
의료인이 아닌 상담사(코디네이터)가 환자들을 대상으로 백내장 수술 상담 및 검사를 하는 병원들에 대한 신고도 잇따랐다. 삼성화재는 지난 12일 강남 소재 안과 3곳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이 병원들은 의료인이 아닌 코디네이터가 환자들을 대상으로 백내장 수술 상담 및 검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 보험금 청구를 빈번하게 하거나 과도하게 높은 비용을 책정한 안과를 중심으로 과잉진료 병원을 찾아내고 있다. 백내장 수술비용이 보통 양안(양쪽눈) 기준으로 500만~600만원 수준인데 1000만원을 훌쩍 넘는 비용을 청구하는 안과들이 대표적이다.
예전에 판매된 1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었고 최근 판매된 4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20~30%다. 실손보험 가입자는 그만큼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병원들이 브로커까지 고용해 유인하는 것이다.
실손보험 적자 수조원인데 보건당국은 뒷짐
손보사들이 적극적으로 백내장 과잉진료 신고에 나선 것은 실손보험 적자 때문이다. 작년 국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약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대 수치다. 백내장 과잉수술은 실손보험 적자확대의 주범으로 꼽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실손보험금에서 백내장 수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4%에서 2020년 6.8%로 4년 동안 4.8배 늘었다. 실손보험의 백내장 수술 보험금은 2016년 779억원에서 빠르게 불어나 작년 1조원을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내장 과잉수술이 늘고 있지만 병원감독에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와 일선 보건소가 제대로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보험사들이 직접 움직이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다. 보건소들은 손해보험사의 신고를 받고도 제대로 처분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거나 늑장으로 단속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내장 과잉진료 단속이 늘면서 최근에는 백내장 수술 브로커의 힘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술 받을 환자를 모집하기가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안과병원 사이에서 백내장 수술 불법 브로커 몸값이 크게 뛰고 있다"며 "수술비의 절반은 브로커에게 지급되는데 그렇게 줘도 병원은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