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책은행들이 지방이전설(說)에 좌불안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예정돼 있어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은 계속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 등은 인력유출과 이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부산지역 주요 공약으로 산은 본점 이전을 내걸었다. 부산의 산업생태계를 디지털 융복합 첨단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산은을 이전시켜 스마트 디지털 경제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해당 공약의 주요 내용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작업들이 착착 진행 중이다. 앞서 부산지역 의원 15명은 지난 1월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을 골자로 하는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개정안엔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을 필두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인 장제원 의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특별보좌역인 박수영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산은 내부에선 부산 이전에 대한 반발이 크다. 한국의 경제·금융 중심지인 서울을 벗어날 경우 심각한 인력 유출과 업무상의 각종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장 저연차 직원이나 취업준비생들의 불안은 커져가는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제기하긴 했지만, 구체적 기관명을 언급하진 않아 노조 역시 고육책 차원에서 지지했던 측면이 크다"며 "지역에서도 일찌감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눈치여서 난감하다"고 전했다.
산은 외 다른 국책은행들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여권 일각서 다른 국책은행의 지방이전도 거론되는 분위기여서다. 윤 당선인 역시 후보시절인 지난 4일 부산 사상구 유세에서 "(산은을 비롯해) 많은 은행의 본점이 부산에 자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시도가 한국의 금융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글로벌 도시의 금융경쟁력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인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부산의 순위는 지난해 9월 조사 기준 각기 13위, 33위권으로 선두권인 홍콩(3위), 싱가포르(4위)는 물론 경쟁자인 상하이(6위), 베이징(8위), 도쿄(9위)에도 뒤처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국책은행의 지방이전론은 더욱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 초반 국정장악력을 좌우할 지방선거가 불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다. 172석의 거야(巨野)란 장벽이 남아있지만 이들 역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적극적인데다 지역 현안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지방선거의 성격 상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앞서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금융공기업들도 인력유출 등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면서 "균형발전이란 대의엔 공감하지만 지방이전이 현실화 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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