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경기도가 ‘극저신용대출’의 연계강화를 추진하다 산하 시·군의 반대에 부딪혔다. 극저신용대출은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설계한 금융정책으로 이번 대선에서도 사업확대가 핵심공약이었다. 결국 당선 후에도 전국 시행이 어려운 ‘공수표’ 공약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아시아경제가 지난 1월 말 경기도가 작성한 ‘경기극저신용대출 시군수행 의견수렴 결과보고’ 문건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도내 시·군 29곳이 극저신용대출의 연계강화 방안에 반대의견을 냈다. 찬성의견은 수원시와 광명시 단 2곳이었다.
극저신용대출은 경기도가 생계가 어려운 저신용자에게 최대 300만원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사업이다. 이 전 지사가 재직 중이던 2020년 처음 시행됐다. 수혜대상은 생활자금이 필요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자다. 금리는 연 1% 수준으로 최대 5년 만기로 돈을 빌려준다.
극저신용대출의 연계강화 논의는 지난해 12월23일 경기서민금융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경기도와 행정안전부가 영상회의를 하면서 거론됐다. 도내 시와 군에서 지원대상자 발굴이나 사후관리에 협조해달라는 게 골자였다. 시·군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월13~14일간 권역별 간담회를 열고 같은 달 17일부터 일주일간 의견을 수렴했다.
"사후관리 사실상 어렵고 업무과중도 우려"그럼에도 시·군 대부분이 난색을 보인 건 극저신용대출의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의 경우 통상 대출회수율 제고작업이 필수적인데 민간업계에서도 까다로운 작업으로 여겨진다. 경기도 역시 "대출 대상자 전체에 대한 사후관리 및 상환율 제고를 위한 사례관리에 우려를 표하는 시·군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찬성의견을 냈던 수원시와 광명시도 대상자 사례관리에는 반대했다.
업무과중을 걱정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고양시는 "특례시 출범에 따라 복지수혜 대상자가 증가했다"면서 "코로나19 파견인력 등도 있어 신규업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화성시도 "연도별 대출자 누계의 증가 등 연간 1~2회 사후관리는 읍면동 담당자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경기도는 자체 추진하거나 전담기관의 추진을 요청하기로 했다. 지난 7일부터 시작한 올해 경기극저신용대출 접수도 도내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에서 이뤄진다.
이를 두고 이 전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서 약속한 ‘극저신용대출의 사업확대’가 사실상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 지사는 지난달 15번째 ‘명확행(이재명의 확실한 행복)’ 공약을 발표하면서 "경기도에서 시행했던 극저신용대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신용자에게 1%대로 돈을 빌려주면 정책·상품설계로는 회수를 장담할 방법이 없다"며 "일종의 표를 받기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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