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로 인해 수입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산 대게는 물론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까지 들썩이며 이를 주메뉴로 내세운 외식 자영업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8일 수산업계에 따르면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거래된 러시아산 대게 1kg당 평균 가격은 지난 7일 4만5400원이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지난달 23일 거래된 3만1100원과 비교해 45.9% 증가한 수치다.
대중성 어종 중 하나인 명태의 가격도 상승세를 보인다. 최근 1주일간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판매된 러시아산 냉동 명태의 10마리의 평균 도매 가격은 직전 1주일(4만9500원)보다 2천원 오른 5만1500원으로 나타났다.
가격 급등 폭이 아직 크지 않지만, 소비량이 많은 대중성 어종인 만큼 소비자들이 가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품목이다. 또 명태 수입의 80%가량이 러시아산이라 수급이 어려워질 경우 밥상 물가를 급격히 끌어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도 급등했다. 노르웨이산 수입 생연어는 지난 7일 기준 1kg당 2만1100원까지 올랐다. 이는 이달 1일(1만9000원) 대비 1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중순과 비교하면 무려 30% 가까이 인상됐다. 외식 자영업자들이 도매업체로부터 납품받는 단가는 더욱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한다.
이에 소비자들도 연어 가격 급등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연어 가격이 올라 당분간 판매를 중단한다는 음식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어 가격 상승과 수급 상황을 우려하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연어 가격이 참치 가격이 되고 있다"며 "부득이하게 연어 메뉴를 뺄까 고민 중이다"라고 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누리꾼은 "연어가 메뉴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당황스럽다"며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연어 가격의 급등은 항공 운임 상승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주로 러시아를 경유한 항공편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데 이 통로가 막히면서 우회로로 운행해야 하는 탓에 항공 운임이 상승해 연어 원가 자체가 높아졌다.
한편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산물뿐 아니라 가공식품 등 전체 먹거리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 작물인 밀과 옥수수의 공급 중단 우려로 2월 곡물 가격지수는 1월(140.6포인트)보다 3.0% 상승한 144.8포인트를 기록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상황이 악화하면 추가적인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면서 "다만 밀과 옥수수 수입량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10% 수준이라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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