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08 13:00

"사장님 방탄서류 만들기 바빠"…중대재해 줄지 않는 이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에선 사장님 '방탄서류' 만들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근로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법 제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장에선 기업들이 안전의무 조치를 증명할 각종 서류 만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사고 예방보다는 처벌에 방점을 둔 법이다 보니 기업들이 일명 면피용 증거인 '방탄서류'에 집중하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현대제철, 삼표산업, 여천NCC 등이 고용노동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사고 예방보다는 경영책임자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회사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보다는 면피를 위한 '보여주기식' 대응만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현장의 한 안전관리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현장 위주의 안전 확보라고 하지만 법 시행 이후 본사에서 요구하는 서류만 늘고 있다"며 "사고가 안 나게 할 생각보다는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구멍 만들기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현실이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한달 이상 지난 최근까지도 전국 곳곳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주말 경북 포항 포스텍 캠퍼스 공사현장과 현대제철 예산공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해 중대재해처벌법 조사가 시작됐다. 전날에는 화성과 춘천에서 근로자가 지게차·적재물 깔림 사고로 숨졌다.
한 안전관리자는 "본사, 발주처, 안전보건공단 점검에 국토교통부, 고용부 불시점검까지 현장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며 "다들 책임면제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보니 중대재해처벌법 방패 역할을 하는 로펌과 고용부, 경찰 출신 전관들만 특수를 누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처벌 위주의 접근이 이 같은 분위기를 키운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검찰청의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에 따르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CEO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 의무위반이 일부 있더라도 사고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만큼 로펌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대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대재해 사건을 맡고 있는 대형로펌의 A변호사는 "회사의 경영 방침과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중요한 만큼 그 부분을 세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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