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07 11:08

[1mm금융톡] 은행들이 가계대출 문턱 낮추는 이유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은행이 대출을 늘리는 방법은 두가지다. 금리를 내리거나 한도를 높이거나. KB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변동금리는 0.2%포인트, 혼합금리는 0.1%포인트씩 낮춘다. 마이너스 통장의 최대한도 역시 늘린다.(5000만원→ 1억5000만원) 지난 1월 하나은행과 농협이 먼저 움직인 데 이어 국민은행까지 조치를 취하자, 곧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들은 "실수요자들의 금융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라고 하지만 제 살을 깎으면서(대출 금리인하)까지 돈을 빌리라고 부추기는 데는 다른 속사정이 있다. 가계대출이 두 달 연속 감소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예대마진으로 먹고사는 은행으로서는 대출이 이뤄져야 수익도 얻을 수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12월 709조529억원에서, 올해 1월 707조6895억원, 2월엔 705조9373억원까지 떨어지자 마냥 두고 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보통 1,2월 가계대출이 연간 전체 대출액의 12분의 1씩은 차지해야 하는데 올해는 거꾸로 줄었다"며 "금리가 높아져서 사람들이 돈을 안 빌리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자는 얼마나 올랐을까.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신용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5.28%로 7년 4개월(2014년 9월 5.29%)만에 최고였다. 2020년 8월 2.86%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마찬가지다. 1월 3.85%로 8년 9개월(2013년 4월 3.86%)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늘 금리가 가장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이자가 뛰는데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꺼지자 대출 수요가 끊겼다. 금융위 내부에선 "은행들에게 권고한 ‘가계대출총량 규제’(전년대비 가계대출 증가율 제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전세자금, 학자금, 병원비 같은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는 정치권 지적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하반기에 금리가 더 오르고 대출 감소가 지속되면 올해 말엔 목표로 삼았던 총량 증가율(4~5%)을 오히려 밑돌 수 있다"는 게 금융위 관측이다. 작년 말에 총량 증가율을 넘기지 않으려 당국은 전세대출 수요를 규제 대상에서 일시적으로 제외해주고, 은행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금리를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상황이 딴판이란 말이다.
변수는 있다. 9일 대선 이후 누가 당선되든 공약이 그대로 실행되면 가계 대출은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두 후보 모두 생애최초구입자와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90%까지 완화해준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청년대출(만19세~34세 청년들에게 1000만원씩 3%대 저금리로 대출) 공약까지 내세웠다. "대출을 해주고 안 해주고는 은행이 판단해야 한다"(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이와 직업별로 규제를 원활하게 해야 한다"(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 여야 캠프 금융책사들도 대출 확대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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