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등 서방의 강도 높은 금융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1998년 이후 24년여만에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16일 달러채권 이자 납부기일이 돌아오지만, 루블화 가치는 추락중이고, 64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은 발이 묶인 상태다.
6일(현지시간)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서 달러 자금조달이 사실상 봉쇄된 러시아는 오는 16일까지 1억1700만달러(약 1429억원)의 달러채권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어 다음달 4일에는 20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2024년까지 만기 국채는 약 361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지난 3일에도 러시아는 루블표시 국채 이자인 220억루블(약 2244억원)을 유럽투자자들에게 상환하지 않았다. 러시아 최대 가스기업 가즈프롬은 7일이 만기인 13억달러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중앙은행 계좌를 동결한 미국, 유럽연합(EU), 영국에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규 발행 국채 거래도 금지돼 자금조달은 사실상 막힌 상태다. 루블화 가치도 전쟁 이후 30% 이상 추락, 외화 빚 부담이 폭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간 내에 부채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러시아 채권 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말 19.9%에 불과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7.94%로 1998년 국가부도 당시의 10분의1에 그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발행채권의 81.5%가 루블화 채권이고, 현지 기관이 전체 채권의 64%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러시아가 채무 이행을 포기하고 디폴트를 자진 선언하지 않을 때에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채무 이행 여부를 확인한 뒤 디폴트를 선언하게 된다. 신평사들은 디폴트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미 지난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대거 강등시켰고, 러시아 채권을 ‘정크(Junk)’ 수준으로 판단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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