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서구 유럽국가의 제재로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에 끼치는 파급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 핵무기’로 불리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 조치까지 발효된 상태입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의 금융시장에는 어떤 여파를 끼칠까요?
가장 직접적으로 은행들이 러시아와의 금융거래를 중단하게 됩니다. SWIFT는 사실상 전 세계 국가와 은행이 국제거래 때 사용하는 통신망이라, 여기에서 배제된 러시아 은행과는 돈을 주고받을 수 없습니다. 러시아 제2은행으로 불리는 VTB방크와 방크로시야·방크 오트크리티예·노비콤방크·소브콤방크·프롬스비야지방크(PSB)·VEB 등 총 7개가 제재 대상입니다.
정부는 이미 러시아와의 금융제재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지난 1일 기획재정부가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국내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을 향해 2일부터 신규 발행되는 모든 러시아 국고채의 거래 중단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죠. 미국의 경우 제재은행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도 똑같이 규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만큼 시중은행들은 이를 충실히 따라야 합니다.

러시아에 유학생이나 친인척과 자녀를 둔 국민은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들도 마찬가지고요. 또 러시아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사업장은 영업에 차질을 빚게 됩니다. 물건을 팔아도 대금을 받기 어렵고, 원자재를 사고 싶어도 돈을 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러시아 금융상품·투자 주의보러시아 관련 금융상품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우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가 공동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행위를 막았습니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은 러시아를 신흥시장 지수에서 빼버렸고요. 관련 펀드가 환매중단 되는가 하면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폐지 위기도 불거지고 있죠. ‘러시아 레버리지 ETF’는 러시아 증시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됐다는 이유로 펀드 청산을 결정했습니다. 또 미국에 상장된 각종 러시아 ETF(RSX·ERUS·RSXJ)가 신규설정을 중단했습니다.

러시아에 투자하는 행위도 극도로 위험해졌습니다. 러시아가 자국 내 외국인 투자자의 자산을 회수해버리겠다고 공표했거든요. 자국민의 대외부채 상환도 금지됐습니다. 러시아 국채가격과 루블화가 각각 50·30%씩 폭락하고, 자국의 기업과 금융사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극약처방인 셈이죠. 가격이 내려갔다고 무턱대고 관련 금융상품을 구매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안정화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4일 정부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당한 기업들에 2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에 진출해 최근 1년간 수출입·납품실적이 있는 기업이 대상입니다. 대출금리 인하와 전결권 완화, 특별상환 유예 등의 지원책을 제공합니다.
이외에도 금융시장 24시간 비상점검체계 및 러시아 관련 외환 결제망 현황 점검, 외국환 은행과의 핫라인 가동 등을 시행합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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