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05 16:59

원전 대신 해체산업 키운다더니…'文공약' 연구소도 차기 정부로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원전해체연구소가 결국 차기 정부로 공이 넘어갔다. 정부가 탈(脫)원전을 내세우며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원전 해체 산업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올 10월 부산에 원전해체연구소를 착공하기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원전해체연구소 준비 작업에 투입된 한수원 인력은 20여명으로 예상 준공 시점은 2026년이다. 한수원은 내년 상반기 경북 경주에 원전해체연구소의 분원 개념인 중수로해체기술원도 착공할 계획이다.
원전해체연구소는 탈원전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다. 탈원전 정책의 한 축으로 원전 해체 산업 육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전해체연구소를 중심으로 전문인력 양성, 핵심기술 연구개발(R&D)을 주도해 원전 해체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찬 구상도 내놨다. 2019년 발표한 ‘원전해체 산업 육성전략’에서도 원전해체연구소를 해체 산업 육성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았다.
과기평 "일부 편익 효과 과대평가"
정부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 원전해체연구소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원전해체연구소 예산이 담긴 ‘원전해체 핵심기술 개발사업’이 지난해 초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며 일정이 지체됐다. 당시 심사를 맡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예상한 일부 편익 효과가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2035년까지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구상에 대해서도 논리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원전 해체산업 육성의 첫 단추 격인 원전해체연구소는 착공부터 1년 이상 지체됐다. 현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강조한 핵심 과제였지만 결국 차기 정부로 미뤄진 셈이다. 연구소 출범 일정은 계획보다 2년 늦춰졌다. 본래 정부는 원전해체연구소와 중수로해체기술원을 모두 2024년 준공할 계획이었다.
더 큰 문제는 올 하반기 착공 일정조차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원전해체 사업 예산을 3000억원 넘게 축소해 다시 예타를 신청했다. 이번 예타 조사 결과는 차기 정부가 집권한 올 5월께 나온다. 원전 계속운전을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집권할 경우 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원전해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원전해체 사업의 경제성 논란도 예타 통과의 걸림돌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9년까지 원전해체 핵심기술 개발에 7372억원을 투입할 경우 예상되는 편익은 5763억원이다. 비용대비편익(B/C)은 0.782로 경제성의 기준이 되는 1을 밑돌았다.
예타 통과해도 예산 삭감될듯
우여곡절 끝에 예타를 통과해도 정부 계획보다 대폭 축소된 예산이 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예타 심사에서 예산이 추가로 삭감된다는 점까지 고려한 결과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권 기조에 따라 2030년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0기를 2040년까지 운영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실질적으로 당장 해체해야 하는 원전은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2개뿐이라 투자 대비 효용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를 거리가 멀지 않은 두 지역에 분할해 세우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연구소를 부산·울산과 경주 2곳으로 나눌 경우 부대시설, 행정인력 등 간접비용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구소 본원만 해도 등기부상 주소는 부산이지만 정문은 울산에 있다. 정부가 지역 표심 공략을 위해 재정·행정력 낭비를 감수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원전해체연구소를 2곳에 나눠 짓는 건 정치논리에 따른 결과”라며 “중수로와 경수로의 특성이 다르긴 하지만 연구소를 두 지역으로 나눠 지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 계획이 틀어진 건 원전해체연구소만이 아니다. 2017년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 해체 작업도 이미 2년 이상 지연됐다. 정부는 당초 올 하반기 고리1호기 해체 작업에 돌입해 10년 후인 2032년 해체를 끝낼 방침이었다. 하지만 해체계획서 승인 등 해체에 필요한 절차들이 하나씩 지체돼 실제 해체는 일러야 2024년에나 가능하다. 해체 절차가 지지부진한 사이 한수원이 예상한 고리1호기 해체 기간도 10년 6개월에서 13년으로 2년 6개월 늘어 해체 종료도 2037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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