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오비맥주를 시작으로 맥주 출고가 인상 행렬이 본격화된 가운데 국산 수제맥주 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수제맥주 업체들은 지난 1일부터 가격 인상을 시작했다. 2004년부터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는 바네하임 브루어리는 이날부터 쌀맥주 ‘도담도담’을 5.9% 인상했다.
최근 오뚜기 진라면과 협업해 만든 ‘진라거’ 등 인기 제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는 어메이징브루잉 역시 이날부터 ‘첫사랑IPA’ ‘밀땅바이젠’ ‘어메이징라거’ ‘성수동 페일에일’ 등의 캔맥주 제품 가격을 13.7~16.7%까지 올렸다.
경쟁사들도 이른 시일 내에 가격 인상에 동참할 전망이다. ‘하이트’와 ‘테라’를 판매하는 하이트진로와 ‘클라우드’를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는 가격 인상 요인이 있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업계 1위 업체가 이미 가격을 인상한 만큼 인상 자체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맥주 가격 인상은 맥주에 들어가는 원재료와 부자재 및 제반비용 증가를 비롯해 다음 달부터 시작될 주세 인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다음 달부터 주세법 개정안이 적용되면서 맥주에 붙는 주세는 ℓ당 20.8원 올라 855.2원이 된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주세와 물가상승률을 연동하게 되면서 지난해 10년 만에 최고치였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2.5%가 반영됐다.
소주의 경우처럼 줄줄이 맥주 가격 인상이 단행되면 자영업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앞서 소주업계의 가격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하이트진로가 지난달 23일부터 참이슬과 진로 등 소주 제품 출고가를 7.9% 인상했고, 무학과 보해양조, 한라산소주, 롯데칠성음료, 금복주, 대선주조 등 다른 업체들도 연이어 가격을 올렸다. 이 여파로 식당이나 주점 등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도 서서히 오르고 있다. 맥주 병 제품의 경우 식당이나 주점 등이 주요 판매처인데 공장 출고가가 오르는 이상 식당이나 주점에서 판매하는 판매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세법 개정안 적용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 이번 인상 역시 동시다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맥아나 알루미늄 등 제품 제조에 필수인 원·부자재 물류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모든 업체가 더 이상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