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지난해 국내 생명보험사들에 소속된 보험설계사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이 커지면서 설계사들이 자리를 많이 옮기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나빠진 것도 설계사 숫자가 줄어드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들에 소속된 보험설계사 숫자는 8만7783명으로 2020년 말 11만2780명에 비해 28.5% 감소했다. 생명보험 설계사가 8만명대로 내려간 것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생명보험 전문 설계사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GA 시장이 커지면서 설계사들 소속이 많이 바뀐 것이 큰 원인이다.
GA는 다수의 보험사와 제휴를 통해 운용되는 보험 대리점으로 일명 보험 백화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GA 소속 설계사의 경우 특정 보험사의 상품만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가지고 영업을 할 수 있고, 생명보험뿐 아니라 손해보험도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용절감 효과도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직접 자회사 형식으로 GA를 설립해서 운영 중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GA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들은 기존 자사 소속 설계사들을 GA자회사로 옮겨 조직을 키우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GA의 경우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 더 많은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며 "게다가 자회사이기 때문에 보험 분쟁 발생 시 규제나 처벌에서도 본사가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GA시장 확대와 더불어 코로나19로 보험영업 환경이 악화한 것도 설계사 숫자가 줄어든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지난해 12월 소속 보험설계사 214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실적에 얼마나 영향이 있었는지 설문한 결과 51.2%가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영향이 있다고 답한 이들 중 26.2%는 소득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다고 답했을 정도로 코로나19가 보험영업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활동 제약 이유로는 ‘고객의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응답이 52.4%로 가장 많았고 고객의 대면 만남 기피(35.7%)가 두 번째였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대면 영업 채널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경력, 낮은 소득의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영업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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