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봉쇄 가능성에 시민들 패닉
냉동식품에서 감기약까지 쓸어담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전 시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강제검사를 앞두고 '도시 봉쇄' 가능성이 제기된 홍콩에서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공개적으로 "식자재 등은 충분하다"며 자제를 당부했지만, 공포감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잠재적 도시 봉쇄가 임박하자 슈퍼마켓과 약국에서 '패닉 사재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SCMP는 "냉동고기, 빵, 과자에서 약, 이유식, 냅킨에 이르기까지 홍콩인들이 슈퍼마켓과 마켓에서 사재기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코로나19 강제검사를 위한 도시봉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의 사재기 광풍은 소피아 찬 홍콩 보건장관이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 계획(도시 봉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그러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이후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도시 봉쇄' 가능성에 대해 "결정 난 것이 없다"고 언급한 데 이어 곡물 무역회사에서는 "15일 간 전 시민들이 소비할 수준의 쌀이 충분하다"고 발표했지만, 불안심리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일부 마트에서는 매대가 텅텅 빌 정도로 사재기가 심각해지자, 영업 시간을 일부 단축하기로 했다. 홍콩 내 최대 유통매장인 파크앤숍은 1일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이유로 들며 일부 매장의 영업시간을 5~6시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유통매장인 웰컴은 320개 지점 가운데 7개 지점의 마감시간을 5시로 앞당겼다.
53개 매장의 문을 닫고 250개 매장만 영업중인 드러그스토어 체인 매닝스의 타이포 지점에서는 파나돌, 칼슘제, 생리대 같은 일부 품목이 모두 동이났다. 왓슨스 매장에서는 파나돌, 바세린, 기침약 등이 품절됐다.
수십명이 은행 ATM기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것도 목격되고 있다. 홍콩 내 중국은행, 동아시아은행, 중국 CITIC은행, 다싱은행, ICBC 등은 일부 지점을 임시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행정부는 중국 본토에서 식량이 육로와 해상을 통해 넘어오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본토에서 홍콩으로 약 2100톤의 채소가 공급됐고, 이는 전년도 평균 일일 공급량의 90%에 달한다. 지난달 28일에는 냉장육이 홍콩의 일일 평균 공급량의 140% 수준으로 공급돼 평소보다 많았다. 쌀 무역회사인 골든리소스의 앤서니 램 최고경영자(CEO)는 "법적으로 최소 15일 간 소비할 쌀을 비축해 두도록 하고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1일 홍콩 당국은 3만2597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총 확진자 수가 23만8377명이라고 밝혔다. 관련 사망자는 172명으로 총 사망자 수는 1024명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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