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 중인 해외 원전 사업도 무산 위기에 처했다. 한수원 수주가 유력했던 이집트 엘다바 원자력발전소 2차 건설사업의 주도권을 러시아가 쥐고 있어서다.
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수원은 다음달 말 정식계약을 목표로 이집트 원전 수주 작업을 추진 중이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해 말 터빈건물 등 엘다바 원전 2차 건설사업 계약을 위한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엘다바 원전 사업은 300억달러(약 36조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계약 체결시 한수원 몫은 약 5~10%로 최소 수조원대다.

하지만 계약 체결을 코앞에 두고 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변수로 부상했다. 엘다바 원전 사업을 ‘턴키 계약(일괄 수주)’으로 따낸 주 사업자가 러시아 JSC ASE사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의 계약 상대방인 JSC ASE는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자회사다.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러시아 국영기업인 JSC ASE가 한수원과의 계약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계약서에 서명하기로 한 다음달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구체적 계약 일정은 발주처에서 정한다"면서 "다음달 말로 예정됐던 계약 체결일도 러시아 측 일정을 따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수원의 해외 원전 사업은 2008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명맥이 끊긴 상황이었다. 업계는 엘다바 원전이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고사 직전인 국내 원전 생태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계약 체결시 엘다바 원전 시공은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이 맡을 계획이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러시아 제재를 강화되고 있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시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관계 부처에서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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