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현지 서비스·제품 공급 끊고 개봉 예정 영화까지 취소
러시아 내 사업도 불발 타격…노드스트림2 파산으로 직원 전원 해고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기업들이 잇달아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금융사 뿐 아니라 제조업체에서 영화사에 이르기까지 서방의 제재에 발맞춰 제품과 서비스·컨텐츠 공급 끊기에 나섰다.
애플은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에서의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제한하고, 앱스토어에서 러시아 매체인 RT뉴스, 스푸트니크뉴스를 내려받지 못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응징의 일환으로 6300억달러(약 752조원)에 이르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접근을 제한하고, 일부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금융사들은 일제히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마스터카드는 러시아 금융기관들과의 결제망을 차단했고, 비자도 이날(1일) 대러시아 제재 명단에 오른 기관과 개인들을 결제망에서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 모두 규제당국과 협력해 추가 제재 조치도 적극 이행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를 위한 인도주의 구호 기금으로 200만달러를 함께 조성한다고 밝혔다.
주요 에너지 기업인 셸과 BP, 노르웨이 에퀴노르 등도 탈(脫)러시아를 선언했다. 이들 기업의 발표는 캐나다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무렵 나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올리가르히의 배를 불리는 러시아의 원유 수입을 모두 금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에서 연간 1만2000대의 차량을 판매하는 볼보와 GM도 러시아로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뒤이어 상트페테르부르크, 엘라부가, 나베레즈니예첼니 등 러시아 내 3개 자동차 공장의 지분 50%를 보유한 포드 역시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또한 우크라이나 실향민과 그 가족을 위해 10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1·2위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도 대러 제재에 따라 러시아 항구에서의 모든 해운 서비스를 잠정 중단키로 했으며, 영화사인 월트디즈니와 소니 픽처스 역시 러시아 극장에서 신작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워너브라더스는 이번주 예정됐던 영화 '더 배트맨'의 러시아 개봉을 취소했다.
연기금들도 러시아 자산 매각에 나설 태세다. 피오나 마 캘리포니아 재무부 장관은 28일 성명을 통해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연기금이 러시아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캘리포니아가 러시아의 침공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매우 분명하고 명확한 응답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턴에 있는 제빈 자산운용사 회장 소니아 코왈은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투자 회수 발표가 곧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국 기업의 사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회사이자 세계 최대 가스 생산업체인 가스프롬이 소유한 파이프라인 업체 노드스트림2는 파산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 건설 사업인 노드스트림2 승인절차가 중단되면서 1일 회사는 파산신청에 나섰고, 106명에 달하는 직원은 전원 해고 통지를 받았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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