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기자]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러시아에 전략물자 수출 금지를 시작으로 추가적인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미국 정부 측에 밝혔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8일 워싱턴 D.C. 미국 재무부에서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과 양자 면담을 갖고 대러 제재, 이란 동결 자금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협조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 정부는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적극 공조하겠다며 강한 동참 의지를 표명했다.
이 차관은 수출 제재는 대러 전략물자 수출 금지 외에도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재무부 측에 전했다. 이 차관이 언급한 추가 제재 방안은 '첨단기술·제품 수출'과 관련된 내용으로 관측된다. 기재부는 이날 양자 면담 결과를 설명하는 보도자료에 애초 '첨단기술·제품 등에 대한 수출 제한'이라는 문구를 포함했다가 최종 배포 자료에서는 이를 제외했다. 앞서 외교부는 비전략물자이지만 미국이 독자적 수출 통제 품목으로 정한 반도체·정보통신·센서·레이저·해양·항공우주 등 57개 품목에 대해 관계 부처가 조치 가능한 사항을 검토해 조속히 수출 제재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차관은 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배제 등 대러 금융 제재 동참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관계 부처 간 협의·검토가 완료되는 대로 빠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했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 조치와 공동대응 의지 표명에 사의를 표하고 이번 사태와 같은 무력 침공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이에 대응한 동맹국 간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면서 계속해 우리 측과 적극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우리 정부가 한 발 늦게 대러 제재에 동참 의지를 거듭 밝히는 것은 우리 기업의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대러 수출 통제를 위해 꺼낸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제(FDPR)의 적용 예외 대상에 우리나라는 포함되지 않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발맞춰 러시아에 대한 독자 제재에 나선 호주, 캐나다, 일본 등 다른 32개국은 FDPR 적용 예외를 인정받았으나 한국은 중국, 인도, 대만 등과 함께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악의 경우에는 FDPR 예외 국가의 기업이 각 정부의 판단에 따라 러시아에 문제 없이 수출하는 사이 우리 기업은 미 상무부 승인을 받지 못해 수출 길이 막히는 사태도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FDPR 적용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이번 주 미 상무부와 집중 협상에 나선다. 정부 실무진은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국장급 협의를 시작하며,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는 3일 미국을 방문해 상무부 등 정부 고위층과 접촉할 예정이다.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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