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전진영 기자] 정부의 ‘외식가격 공표제’와 관련해 외식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물가상승의 책임을 업계에 떠넘긴다는 불만에서다. 전문가들도 가격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김상식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정책사업실장은 1일 "배달 수수료·최저 임금 인상, 원부자재 급등으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공개가 자칫 가격을 인상한 나쁜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어 걱정된다. 업계로서는 ‘협조’가 아닌 ‘협박’으로 느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한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가격 인상·인하는 기업의 전략이기 때문에 시장 경쟁에 맡기는 게 좋다"며 "가격 인상을 밝히는 것을 강제한다는 것은 기업의 자율적인 운영 면에서 무리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가격 조정은 시장에서 하게끔 해야하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교수는 "왜 외식 프랜차이즈업만 규제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외식 프랜차이즈가 기업에서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타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는 물류대란 등 공급망 문제와 식자재 물가 상승 등을 마주한 외식업계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정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좋다는 의견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를 들어 단골집에 갔는데 가격이 갑자기 올랐다고 하면 일종의 ‘배신감’이나 ‘괘씸하다’란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며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내 수입도 가뜩이나 적은데 가격이 자꾸 오르면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섭섭합’이나 분노를 느끼기 쉬워 진다"고 언급했다. 또 "이럴 때 정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으면 초반엔 소비자들의 속이 후련해지고 약간 기분이 좋아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3일부터 죽, 김밥, 햄버거, 치킨, 떡볶이, 피자, 커피, 짜장면 등 12개 외식 품목의 프랜차이즈별 가격과 등락률을 매주 공표하는 ‘외식가격 공표제’를 시행 중이다. 이들 품목을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중 매장 수 기준 상위 10개 브랜드를 선정해 업체의 주요 메뉴 가격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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