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2.26 15:57

아마존·스타벅스·애플스토어까지 노조설립 '바람'…확장성은 글쎄[찐비트]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무노조 경영'의 대표주자인 아마존에서 다음달 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투표가 진행됩니다. 노조 설립 여부를 놓고 직원들과 회사 측이 오랜 갈등을 빚은 끝에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가 결성 투표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인데요. 투표 일정이 잡힌 이후에도 회사가 노조 결성을 막는다는 반발이 쏟아지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노조 설립 움직임도 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뉴욕주 버팔로 매장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노조를 설립했는데요. 스타벅스 역사상 50년 만에 처음 탄생한 노조였죠. 현재 애리조나주 메사를 비롯해 100개 이상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설립 신청을 해둔 상태인데요. 사측이 이를 반기지 않으면서 노조 설립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투표를 방해한다"고 NLRB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어요.
아마존과 스타벅스, 지난해 한창 불이 붙은 노조 결성 움직임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이 외에도 애플스토어와 같은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노조 결성 움직임이 올해 들어 생겨나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연초부터 LG에너지솔루션과 LS일렉트릭에서 사무직 노조 설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韓도 美도, 노조 설립 바람 왜?이러한 노조 설립 바람은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불만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의 경우 2020년 처음 노조 설립이 추진됐는데요. 당시 직원들은 휴식시간이 10시간 근무 중 30분씩 단 두 번 제공되는 데다 화장실 다녀오는 횟수가 기록되는 등 근무 환경을 문제삼았어요. 스타벅스도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노조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불을 붙인 것으로 보여요. 확진자가 발생해도 별다른 방역 조치를 하지 않고 일을 하게끔 해 직원들이 눈 앞에서 직접 위험에 노출된 것이죠. 마스크나 손세정제를 준비하지 않고 직원들의 안전을 나몰라라 하는 회사의 태도를 보면서 직원들이 나선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최근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노조 설립을 돕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회사들이 각종 복지 확대와 임금 인상 등을 통해 인재를 붙잡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요구사항을 이전에 비해 쉽게 말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를 집단으로 할 수 있도록 노조를 설립, 협상을 해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근로환경 개선하려면 외쳐야" MZ세대 뭉친다노조 설립의 배경을 먼저 들여다봤다면 이번엔 최근에 추진되는 노조 결성의 특징을 살펴볼게요.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청년층의 진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2030세대가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라는 점인데요. 자신의 요구사항을 직접 말하는 세대적 특성에 과거에 비해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이 이들을 노조로 끌어내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폭스뉴스가 미 노동통계국의 수치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노조원 비율은 2019년과 2021년 사이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25~34세 노동자 중 노조원 비율은 8.8%에서 9.4%로 6만8000명 가량이 증가했어요. 폭스뉴스는 "젊은 노동자들이 노조가 임금 불평등과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어요.



이러한 배경에는 청년층의 노조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갤럽에서 발표한 노조에 대한 인식 조사를 살펴보면 미국 성인 응답자 가운데 68%가 노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2009년 48%에 비하면 20%포인트나 늘어난 것이죠. 눈에 띄는 건 34세 이하 응답자의 긍정 답변 비율은 77%로 전체 응답자보다 9%포인트나 높았다는 겁니다. 2030세대 직장인들의 노조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는 걸 볼 수 있는 거겠죠.
국내에서 최근 생겨난 노조들도 이러한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설립한 사무직노동조합과 LS일렉트릭 사무노동조합도 설립 주축이 MZ세대이거나 노조원 상당수가 20·30대인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공정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MZ세대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방점을 맞춰 협상을 하는 등 단체 활동에 나서고 있어요.노조 설립은 활발, 확산은 주춤?전반적으로 노조 설립 자체는 이처럼 거센 바람이 불고 있지만 실제 노조 자체가 확대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가 나옵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노조가입률은 10.3%로 2020년(10.8%)에 비해 0.5%포인트 줄어들었어요.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간 건데요.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3년 당시 20% 수준이었던 노조가입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요.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연방·주·지역정부 근로자의 노조가입률은 1970년대 이후 30% 중반대를 꾸준히 유지한 반면 민간기업 근로자의 노조가입률은 1983년 17%에서 지난해 6%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루스 밀크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민간의 노조가입률이 낮은 이유로 민간 고용주가 노조 가입을 크게 반대하고 노동법도 고용주에 유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2년여간 모든 것을 뒤바꿔놓은 코로나19와 함께 시대에 따라 조직문화에 대한 요구 등이 변하면서 국내외 노조 이슈도 빠르게 바뀌고 있는 데요. 앞으로도 어떤 변화를 만들어나갈 지 주목됩니다.편집자주[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조직문화, 인사제도와 같은 기업 경영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MZ세대의 등장,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확대, 디지털 혁신까지 다양한 요소가 조직문화의 혁신을 필요로 하고 있죠.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해외 주요 기관들의 분석을 토대로 신선하고 차별화된 정보와 시각을 전달드리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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