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물가가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군사적 갈등으로 식탁 물가 도미노가 한 차례 더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밀은 전 세계 수출량의 12%를 차지한다. 옥수수는 16% 수준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생산과 수출 비중이 큰 탓에 두 나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들 품목의 가격도 치솟았다. 전날 기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밀은 2012년 이후 최고치인 부셸당 9.34달러를 기록했다. 옥수수 가격은 8개월 만에 최고치인 7.13달러, 대두가격도 9년래 최고치인 16.97달러로 상승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국제 밀 가격도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벌써 이집트 등 밀 수입 비중이 높은 다른 나라에선 밀 가격 폭등 조짐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사료용 밀과 옥수수를 주로 수입하는데 국내 식품 기업에선 이들 국가에서 들여오는 원재료 비중이 크지 않다. 따라서 단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전반적인 가격인상 여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우려가 나오는 곳은 사료 업계다. 국내 사료 업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는 사료용 밀과 옥수수 의존도가 높다. 사료 가격 인상은 돼지고기 등 육류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밀을 주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 업체들에도 압박이 갈 수 있다. 이 경우 라면이나 빵, 국수 등 가공 식품을 비롯해 외식 물가에도 영향이 간다. 먼저 밀과 대두유 등을 주 원료로 하는 라면과 과자도 가격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밀가루 가격은 지난해 12월 8.8% 오른 데 이어 1월에도 12.1% 상승했다. 라면의 경우 라면 3사가 이미 지난해 7~8월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당시 제품별로 농심은 평균 6.8%, 오뚜기는 11.9%, 삼양식품은 6.9%까지 가격을 올렸었다. 과자류 가격 인상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농심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다음 달부터 새우깡과 양파깡 등 22개 제품에 대한 출고 가격을 평균 6% 인상할 예정이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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