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상승과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주택심리지수가 1년9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앞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본 가구가 더 많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97로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진 것도 2020년 5월(96) 이후 처음이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0보다 클수록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집값이 가파르게 증가한 2020년 12월 132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로 올랐지만 지난해 중순 이후 안정세를 찾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과 11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하면서 매수자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와 세부담 증가, 공급확대 방침 등이 겹치며 매수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20~30대를 중심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 패닉바잉(공황 매수)이 유행했던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180도 다른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가격을 수천만원 이상 낮춘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면서 조정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25개 구 중 서초구, 성동구, 중랑구를 제외한 22개 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똘똘한 한채’ 열품으로 그동안 가격 상승세를 이어갔던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도 기존 최고가보다 수억 원 하락한 가격에 팔리는 사례가 속속 나오는 등 하향 조정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영등포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자들이 여전히 지켜보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급매물 아니면 거래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전월 대비 1.3포인트 떨어진 103.1을 기록하며 한달 만에 하락전환했다. 이 지수는 지난달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기대감으로 0.6포인트 상승했으나 최근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다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항목 중 현재생활형편CSI(90), 가계수입전망(99), 소비지출전망(110), 현재경기판단지수(75), 향후경기전망지수(91) 등 5개 항목이 하락했다. 이 중 가계수입전망과 소비지출전망 등은 역대 최저치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 팀장은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워낙 빠르다보니 소비자심리지수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방역 상황 탓에 위축되는 측면은 있지만 거리두기 단계가 완전히 강화되는 쪽으로 가지 않고 오미크론의 위험도도 낮다고 인식되고 있는 만큼 확진자가 늘어난 만큼 지수가 하락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물가인식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각각 2.8%, 2.7%로 전월 대비 모두 0.1%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감 고조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진 영향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의 응답 비중은 석유류제품(61.0%), 농축수산물(40.6%), 공공요금(37.5%) 순으로 많았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