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2.21 13:35

[1mm 금융톡] 전직 금융인들이 '尹 지지선언' 나선 까닭

플래카드 든 금융계 원로 오피니언 리더
"문재인 정권서 금융 시장 망가져"
"정치금융에 휘둘렸다" 문제제기
"당선 후 자문 구하면 도움 줄 수 있을 것"

지지율 오른 다음 지지선언
"순수한 의도일까" 시선도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지난 18일, 국민의 힘 윤석열 캠프로 전화 한 통이 왔다. 금융권 원로 110명이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캠프 정책본부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 자리를 마련했다. 이틀 후인 20일 오전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김주하 전 NH농협은행장을 포함한 전직 금융인들이 여의도 당사 연단에 섰다.
이들은 직접 만들어온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 플래카드를 든 채 마이크 앞에 서서 "금융시장은 문재인 정권 하에서 처참하게 망가졌다"며 "공정과 신뢰를 원칙으로 바로 세우고자 하는 윤석열 후보의 금융정책 방향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지지한다"고 밝혔다.
선언을 이끌었던 황 전 회장은 "지금은 가계부채와 소상공인 문제가 워낙 막중한데, 그 이슈가 지나가면 금융 국제화, 자본시장 선진화, 금융감독체제 개편에 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이 이후 인수위에서 금융시장의 자문을 구하면 도움을 주고 세부적인 금융 정책에 관해 지켜보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목소리를 내겠다"는 게 110여명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금융'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금융권이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 때문에 나섰다는 원로도 있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은 "현 정부 금융정책은 정치편향적이고 시대조류에 맞지 않아 가뜩이나 후진적인 우리나라 금융이 점점 소외돼 있다"고 우려했다.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같은 부실펀드 사태에 정치권 인사들이 깊숙이 발을 뻗고 있다는 의혹을 두고 금융권에서 "신(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 힘 관계자는 "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능본부가 아닌 정책본부로 연락을 했다는 것만 봐도 분기탱천 한 금융인들이 현 정부를 비판하고 윤 후보 지지선언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금융권 일부에선 지지선언 시기와 전례를 비춰보면 과연 순수한 의도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대선까지 보름 남짓 남았는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앞서자 움직인 것 아니겠느냐"라며 "2008년 대선 당시에도 전직 은행장을 포함한 747명이 당시 이명박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던 때 747 공약을 돕겠다며 지지선언을 한 적이 있다"고 떠올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정치가 금융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이들이 낙하산 금융지주회장으로 내려와 '4대천황'이라 불리며 은행권을 좌지우지했었다. 서강대 출신인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는 ‘서금회’(서강대금융인회)의 활동이 매우 활발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원로들이 지금도 기업이나 법조 영역에서 고문을 맡아 활동하시는 걸 고려하면, 대선 이후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도 지지선언의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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