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를 잇따라 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을 꺾고 시공권을 따냈다.
5일 건설·정비업계에 따르면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이 이날 오후 개최한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 투표에서 현산은 총 959표 가운데 509표를 얻어 시공사로 선정됐다. 롯데건설은 417표에 그쳤으며, 기권은 33표였다.
추정 공사비 4200억원에 달하는 이 사업에 현대산업개발은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광주 붕괴사고 이전까지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지만, 붕괴사고 이후 조합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수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광주 사고 이후 현산이 시공 예정인 단지에서 현산 배제 움직임이 일었고, 일부 아파트에선 '아이파크' 브랜드 보이콧 현상마저 나타났다.
현산이 코너 끝까지 몰리는 분위기였으나, 유병규 대표가 자필 사과문을 보내는 등 총력전을 펼치며 기사회생했다. 현산은 사고 직후 안양현대 아파트 단지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죽을 각오로 다시 뛰겠다' 문구의 현수막을 붙이며 수주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유병규 대표는 지난달 15일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에 종이를 빼곡히 채운 879자의 자필 사과문도 보냈다.
지난달 22일 합동 홍보 설명회에서는 해외 설계사인 스캇 사버 SMDP 대표가 관양현대에 적용할 특화 설계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SMDP는 국내 노른자에 위치한 정비사업 특화설계를 맡아 한국에 이름을 많이 알린 미국건축설계회사다.
향후 도시정비사업에서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수주로 현산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반면 경쟁사였던 롯데건설은 현산에 패하면서 체면을 크게 구겼다.
관양현대는 현재 지상 최고 15층, 12개 동, 904가구에서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2층, 15개 동, 1305가구로 변모할 예정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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