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박선미 기자] 서울의 명품상권 메카로 불리는 강남구청 주변은 지난해 ‘전국 100대 상권’ 중 70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년대비 13단계 하락한 순위다.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순위 낙폭이 컸다.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주요 브랜드의 점포들이 문을 닫았고 은행 점포들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강남구청 인근에서만 신한은행(강남구청지점), 우리은행(언주역지점), NH농협은행(학동역지점)영업점이 지난해 사라졌다.
부산을 대표하는 중심 상권인 동래역 인근에서는 지난해 4개의 은행 점포가 철수했다. 하나은행 사직중앙점과 지방은행 점포 3곳이 문을 닫았다. 동래역 상권(60위→73위)은 지난해 전국 100대 상권 중 부산역 상권과 함께 크게 순위가 하락한 곳이다. 지역공동화 및 상권쇠퇴로 점포 수익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의 ‘폐쇄살생부’에 포함된 것이다.
지난해 은행 점포가 급격하게 통·폐합된 가운데 쇠퇴한 상권에서의 점포 폐쇄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든 지역 상권의 경우 영업점별 고객 접근성이 떨어지고 점포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영향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폐쇄하거나 통합한 점포는 251개에 달했다. 같은 해 8월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연간 폐쇄 점포 계획 222곳을 넘어선 수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98곳으로 은행 점포 수가 가장 많이 줄었다. 전국 단위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 지역에서는 62곳의 영업점이 문을 닫았고 ▲부산 17곳 ▲경북 12곳 ▲경남 12곳 ▲대구 9곳 순이었다. 가장 적게 줄어든 지역은 전북과 세종으로 각각 1곳의 지점이 폐쇄됐다.
은행 지점 폐쇄는 지역 내 상권이 쇠퇴하거나 경제성이 떨어진 곳에서 주로 사라졌다. 이는 상권 분석 통계로도 확인된다. SK텔레콤이 빅테이터 분석 플랫폼인 ‘지오비전’을 통해 취합한 ‘2021년 대한민국 100대 상권’에 따르면 전년 대비 순위가 10단계 이상 하락한 곳은 총 11곳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가 2곳, 부산이 2곳, 전남이 1곳으로 나타났다. 지역 상권 쇠퇴가 은행 점포 축소 수와 비슷한 경향을 보인 것. 실제 지난해 수도권 다음으로 은행 점포가 많이 사라진 부산의 경우 ‘100대 상권’ 9곳 중 순위가 상승한 곳은 단 한 곳(범일동)으로 조사됐다. 3곳은 전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고, 5곳은 순위가 하락했다.
경북과 경남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각 12곳의 은행 지점이 사라진 경북의 경우 ‘100대 상권’에 이름을 올린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89위(경산시 중앙동)와 99위(포항시 상대동) 등 전체 순위에서 후순위였다. 특히 경남은 ‘100대 상권’ 중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점포의 경우 수익성과 비용 효율성, 상권쇠퇴 등을 고려해 폐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인구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광역시에서도 상권 흥망성쇠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화율이 농촌 지역에서의 점포 폐쇄가 향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해도 은행 점포 통폐합은 더욱 가속화될 예정이다. 5대 은행이 1분기 중 문을 닫을 것으로 계획한 점포 수는 110개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폐점 수의 절반 수준에 해당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지점 폐쇄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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