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추진 과정에서 원자력의 역할과 책임을 인식하겠다"
지난 23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원자력의 날' 행사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언급이다.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은 국내 원자력 산업의 진흥과 종사자 사기 진작을 위해 지난 2009년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당초 27일이지만 올해엔 나흘 앞당겨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5년간 원전 홀대를 감안하면 원전 주무부처인 산업부 장관의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원전 홀대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정부에 따르면 국내 원전 발전 비중은 2020년 기준 29%로, 현 정부 출범 전인 2016년(30%) 보다 줄었다. 탄소중립과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원전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는데 현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 등 곳곳에 탈원전 대못을 쳐놨다.
오히려 해외 각국은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는 탈원전 포기를 선언하며 6기의 대형 원전을 짓겠다고 밝혔고, 영국은 2050년까지 소형 원전 16기를 건설키로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은 2014년 원전 가동률이 0%까지 떨어졌지만 원전 재가동으로 유턴했다. 세계가 탄소중립 대안으로 원전을 눈여겨 보는데, 정작 탄소중립 과속 페달을 밟고 있는 우리 정부는 원전을 홀대하니 이런 역설이 따로 없다.
관가에서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 후보 어느쪽이 당선되든 탈원전 정책의 수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며 원전 비중을 6.1%까지 줄이고, 재생에너지는 최대 70.8%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허상에 불과하다. 프랑스 경제재정부 장관은 최근 "원전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수학의 문제"라고 했다. '탈원전 도그마'에 갇힌 청와대에 이념이 아닌 과학, 수학적 접근을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아시아경제 관련뉴스해당 언론사에서 선정하며 언론사 페이지(아웃링크)로 이동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