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매수 문의가 크게 늘었는데 매물은 없다보니 부르는 게 값입니다."(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
오세훈표 민간정비 사업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관심을 보이며 이 일대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경기·인천은 물론 서울 외곽지역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현대 1~7차와 10·13·14차, 대림빌라트 등 총 4065가구로 이 일대 최대 규모인 압구정 3구역이 사업 참여를 결정한데 5구역(1232가구)과 2구역(1924가구)도 신통기획 추진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인 것이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15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압구정 일대 주민들은 대체로 신통기획 참여에 호의적인 분위기였다. 주민 김모씨는 "그동안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했는데 신통기획에 참여하면 빠르게 진행되는데다 공공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 일대 중개업계에서도 신통기획을 반기는 모습이다. 이 지역 A공인 관계자는 "신통기획은 주민들의 의견이 잘 반영된다는 인식이 있어서 관심이 높다"며 "최근 투자자들의 매수문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 자체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압구정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데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매물 자체가 거의 없는 탓이다. 이 지역 B공인 대표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호가는 오르고 있지만 매물이 워낙 없는데다 실거주 목적 외에는 매수가 불가능해 거래량은 크게 변화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미 조합설립인가가 난 단지는 조합원 지위양도를 위해서는 1주택자이면서 10년 이상 보유, 5년 이상 거주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충족한 매물을 찾기 더욱 어렵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4월27일 압구정동 일대 단지들이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이달 16일까지 7개월간 거래량은 20건에 그쳤다. 구역지정 직전 7개월 거래량 314건과 비교하면 6.4%에 불과한 것이다.

이때문에 신규 거래는 대부분 신고가다. 지난달 8일 한양3차 116.9㎡는 40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직전 거래가 29억원 보다 11억5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지난달 19일에는 한양1차 83㎡가 30억원에 손바뀜되며 17개월 만에 9억원이 올랐다.
다만 신통기획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지역 C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은 하루아침에 끝나는 게 아니다보니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한다고 만사형통인 것은 아니다"면서 "내년에 대선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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