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집값이 주춤한 반면 재건축 사업이 기대되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한번 거래될 때마다 최고가를 경신하는 모습이다. 재건축 단지들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에 속속 합류하며 기대감을 키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1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0.11%로 전주(0.05%) 대비 상승했다.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11월 중순 0.09%에서 한달 사이 0.05%까지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이 같은 격차는 특히 강남구에서 두드러졌다. 지난 3일 일반 아파트 0.06%, 재건축 아파트 0.14%로 2배를 웃돌았던 격차는 일주일 만에 각각 0.05%, 0.34%로 벌어졌다.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계속 하락했지만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은 전주 대비 0.2%포인트가 상승한 셈이다.
실제로 거래 절벽에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면적 128㎡는 지난달 8일 4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인 지난 8월 36억5000만원 보다 4억9000만원 올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역시 지난달 15일 28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종전 최고가(8월)인 27억8000만원을 넘어섰다.

재건축 단지들이 거래 절벽에도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서울시가 재건축 심의기간 단축을 골자로 한 신속통합기획에 적극 드라이브를 건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신고가를 경신한 두 단지 역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에 합류했거나 추진 중인 단지다. 여기에 이들 아파트 가격이 주택담보대출 가능선인 15억원을 넘는 고가주택으로, 대출 규제 여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속통합기획 역시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청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등 과열 조짐을 보인 탓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 전역이 공사판이 된다는 우려와 철거 뒤 이주수요 급증에 따른 전세시장 불안 등을 감안해 우선순위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건물 노후화 등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주택시장 거래는 사실상 실종된 분위기"라면서도 "수급불균형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되기 전까지는 특정이슈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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