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해 그동안 가격 상승을 견인하던 불안 심리에 ‘상당한 변화’가 포착됐다고 진단했다.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매수심리도 약해지면서 집값 상승세가 조금씩 둔화되는 등 흐름이 변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달 말 민영주택으로는 처음으로 사전청약 물량 6000가구를 확정해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부가 또다시 섣부르게 ‘장밋빛 전망’을 언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상승폭이 소폭 둔화됐을뿐 오름세가 꺾인 것이 아닌데다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신고가 행진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정부 "안정"…전문가 "섣부른 샴페인"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9월 이후 가격 상승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매물은 늘어나고 매수심리는 둔화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에도 본격 반영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의 매매수급지수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고, KB국민은행의 매수우위지수도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정부는 국토연구원이 최근 전국 공인중개사사무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택가격 인식조사에서 ‘3개월 후 소재지 주택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비중이 약 80%에 달했고, 하락을 전망한 비중도 지난 9월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며 안정세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부의 이같은 진단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점치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호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전세시장의 불안정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는 올초부터 금리인상과 공급확대를 언급하며 "조만간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만큼 또다시 ‘섣부른 자화자찬’을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안이 발표된 것을 고려하면 수요자들의 매수세는 동일한데 여건이 안돼 대기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정부가 단기간의 지표 변화를 근거로 전체 추세를 단정해 안정세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공급확대에 사활…민간 사전청약 6000가구 확대이날 정부는 민간 부문 사전청약 물량을 당초 10만1000가구에서 10만7000가구로 확대하고 당장 6000가구에 달하는 물량을 이달 중 확정해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앞서 정부는 올해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공공주택 6만2000가구, 민영주택 등 민간부문 10만1000가구 등 총 16만3000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지금까지 2차에 걸쳐 총 1만4000가구의 사전청약을 실시했고 향후 연말까지 보름 내외 간격으로 총 3회의 사전청약을 추가로 실시해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며 "사전청약 신청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하남교산과 과천주암 등 3기신도시 약 4000가구에 대한 3차 사전청약 모집공고가 나오고, 다음달 중순엔 인천계양, 부천대장 등의 공급도 예정돼 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전세시장 안정과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에 대한 투기 수요 관리에도 보다 집중하고 밝혔다.
일부 법인과 외지인이 업·다운계약, 명의신탁 등을 통해 지방의 저가주택을 매집하는 투기 정황과 관련해서는 "유형, 빈도, 파급효과를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해 시장교란이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