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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내년에 전세 구할 수 있을까요? 지금이라도 서울을 떠나 어떻게든 집을 사야 할 지, 내년에는 전세마저 구하기 힘든 시절이 될까봐 고민입니다."
정부의 강력한 ‘돈줄 옥죄기’ 속에 내년 전세시장에 더욱 극심한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서울 주요 단지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 거래가 뚝 끊겨 월세로 내몰리는 세입자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 만료가 시작되는 내년 8월에는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면서 본격적인 월세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15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은 1만1105건으로 8월(1만6528건)에 비해 5423건이 줄었다. 지난 2017년 10월(1만1022건) 이후 4년여만에 최저치다. 특히 이 가운데 순수 전세를 제외한 월세, 준월세, 준전세 계약은 4289건(38.6%)에 달했다. 올 1월(35.5%)에 비해서는 3%포인트 넘게, 임대차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 7월(27.4%)과 비교하면 11%포인트 넘게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 8월부터다. 지난해 7월 이후 임대차법에 따른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임차인들은 내년부터는 5% 이내의 임대료 상한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신규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한 주변 전세 시세 수준으로 보증금을 대폭 올리거나 심지어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높아진 보유세로 인한 부담을 월세를 통해 덜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갑자기 오른 전세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임차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나 월세를 찾을 수밖에 없어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내년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8250가구로 올해 3만0595가구보다 40%나 감소할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에 실거주요건 강화로 인해 신규로 늘어나는 전세 물량은 더 줄어들게 된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기존 계약분과 신규 계약분의 괴리가 커 지수상 나타나지 않지만 전세가격 상승폭이 크다"면서 "내년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지한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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