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기 강업 업무용 부동산 거래, 3년6개월만에 10만건 넘어현물자산 늘리는 부자-내집 마련 벽 높아진 서민 양극화 심화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서는 등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위험이 커지면서 부동산시장에서 양극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금이 풍부한 자산가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오히려 빌딩 매입 등을 통한 부동산 비중 확대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반면 주택시장에서는 대출 규제에 금리상승까지 더해지며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벽이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대출을 이용한 ‘영끌’에 나선 젊은 층은 자칫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자칫 인플레이션이 자산 격차를 더 심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2일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전국 상업 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10만412건으로 2018년 1분기(10만1541건) 이후 3년6개월 만에 10만건을 돌파했다. 대출 규제 강화 세금 부담 등으로 주택 추가 매입이 어려워진 환경이 조성되자 상업 업무용 부동산으로 수요가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짐에 따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3.2%를 기록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물가상승률도 심상치 않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를 넘으며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통상 인플레이션이 도래하면 돈의 가치 하락을 헤징하는 수단으로 부동산 등 현물이 주목받는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최근 20억~30억원대에 달하는 꼬마빌딩 물건은 아예 없다"며 "세금 부담으로 주택을 추가로 매입하기보다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이나 꼬마빌딩으로 투자 수요가 늘었다"고 전했다. 현금을 쥐고 있기보다 현물 자산인 부동산 보유를 늘려 자산을 유지 또는 상승시키는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반면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내년 집값이 소비자물가(3%) 수준으로 오를 경우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시장 양극화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699건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정부 대출 규제 금리인상, 집갑 상승 피로감 등으로 무주택자나 1주택자는 갈아타기가 어렵거나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주택 가격은 땅값, 인건비 등 공사 기간과 이자비용 등의 총합이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집값도 오르는 게 당연하다"며 "현금 동원력에 따라 부동산 포트폴리오가 달라지고 자산 격차는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 지역 양극화-부동산 양극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학회장(경인여대교수)은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부동산, 금 등 현물위주로 자산 방어를 하게 된다"며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서울 강남3구와 기타지역, 서울과 지방, 자산가와 서민 등 모든 부문에서 양극화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