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사들 설비 두바이유에 최적화
설비 바꾸진 않고선 중동산 수입비중 더 못 낮춰
철광 호주 의존도로 높아
올해 수입액의 73% 차지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국내에 들어오는 원유의 절반 이상은 중동지역에서 수입되고, 석탄과 철광은 호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발(發) 요소수 대란이 수입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쏠림현상 탓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중국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에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 역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11일 한국무역협회의 수입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1~9월 우리나라가 수입한 원유의 57.9%는 중동산이었다. 앞선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 국내에 원유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요소수 대란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따른 원자재 수급 대책을 지시하며 요소수를 포함해 석유와 희토류 등 전략자원의 특정국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액은 467억달러(약 55조4000억원) 규모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수입 비중이 30.6%로 가장 높다. 이어 미국 13.3%, 쿠웨이트 10.7%, 러시아 6.2%, 아랍에미리트(UAE) 6.2%, 이라크 5.8%, 카타르 5.1% 등의 순이다. 미국의 비중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중동국가 전체로 묶어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입 비중 상위 10개 국가 중 중동국가의 비중은 60%에 가깝다.
원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은 것은 일단 운송비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두바이유에 최적화한 설비를 갖추고 있어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중동 의존도가 많이 낮아지긴했지만 중동산 원유향 설비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더 낮추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동지역에 대한 의존도는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진 상태다. 2010년 수입한 원유 687억달러 중 중동 비중은 80.2%로 지금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60%에 가까운 원유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동과의 정치적 분쟁 등 대외적인 여건 변화가 우리나라 원유 수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석탄, 철광 등에 대한 호주 의존도가 높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올 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가 수입한 석탄 94억달러 중 호주산은 49억달러로 52.4%를 차지한다. 러시아 비중은 18.4%, 인도네시아 11.4%, 캐나다 8.5%, 미국 2.2% 등 나머지 국가로부터의 수입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호주에 대한 의존도가 더 큰 상황이다. 철광은 호주 의존도가 더 심각하다. 올 들어 호주에서 철광 65억달러어치를 수입했는데 이는 전체 수입액(89억달러)의 73%에 달한다. 2~5위인 브라질은 10.1%, 남아프리카공화국 7.9%, 캐나다 4.5%, 인도 2.2% 등에 불과하다. 호주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0(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석탄과 철광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부문에 대한 생산량을 줄일 경우 이 여파가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