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공급 병목 영향에 이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소비가 늘어 물가가 오를 여지가 더욱 크다고 본 것이다.
이 총재는 1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이환석 부총재보와 삼성경제연구소장, 투자은행(IB) 관계자, 경제학 교수 등 거시경제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글로벌 공급 병목의 영향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이 가파르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수요 증가 요인이 물가를 견인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 "과거와 달리 수요 측 요인뿐만 아니라 공급 측 요인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번 회복기는 과거에 본 적 없는 공급 병목 현상이 나타나 생산활동이 제약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점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석유 수요 회복 전망과 공급 부족 우려 등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0일 거래된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1.73달러 오른 83.97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2.81달러(3.34%) 내려간 배럴당 81.34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이는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의 반짝 효과 영향이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이동이 늘고 겨울철 난방 등의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 원유 가격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공급 요인에 더해 수요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씀씀이를 나타내는 서비스 물가지수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3.2% 올랐다. 특히 외식 물가는 3.2% 뛰었다. 위드 코로나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면서 서비스, 외식 등의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수 있다.
이 총재는 물가 강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선 신중했다. 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과연 일시적일지, 좀 더 지속될지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1년간 물가 상승을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달 2.4%를 기록해 향후 인플레 우려를 짙게 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표다.
최근 경기와 관련해선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 전환에 힘입어 소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경기가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10월 중순 이후 숙박·음식 등 대면 서비스의 소비 개선세가 확대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 강세가 이어지면서 한은이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근원물가를 감안한 물가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을 고려했을 때 금리는 올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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